
(익산=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3·1절 국경일과 정월대보름이 겹친 올해, 하루 지난 3월 2일 오후 전북 익산시 낭산면 삼담리 상북지 마을회관에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이날 마을 어르신들은 회관에 모여 오곡 찹쌀밥으로 점심 식사를 함께한 뒤, 호두와 땅콩 등 부럼을 깨물며 한 해의 무사안녕과 건강을 기원했다. 이어 펼쳐진 윷놀이는 오후 내내 이어지며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회관 바닥에 둘러앉은 어르신들은 윷을 힘껏 던질 때마다 "모다!" "윷이다!"를 외치며 환호했고, 아쉽게 말을 빼앗길 때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회관 안은 환호와 아쉬움이 뒤섞인 소리로 가득 찼다. 그 열기는 한때 정월대보름 밤하늘을 수놓던 폭죽 소리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이날 행사는 마을에서 미리 준비한 오곡 찹쌀밥과 부럼 나눔으로 시작됐다. 예로부터 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을 먹고 부럼을 깨물며 한 해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고 건강하기를 기원하는 세시풍습이 이어져 왔다. 마을 부녀회와 주민들이 정성껏 마련한 음식은 오랜 전통을 되새기는 매개가 됐다.
윷놀이 판에는 건강식품과 주방 생필품 등 푸짐한 상품도 걸렸다. 상품이 걸리자 어르신들의 손놀림은 한층 빨라졌고, 승부욕도 더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상은 함께 웃고 어울리는 시간이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상북지 마을 이장 박종한 씨는 "예전에는 대보름이면 마을마다 달집을 태우고 풍물패가 돌며 온 동네가 들썩였지만, 요즘은 그런 풍경을 보기 어렵다"며 "그래도 이렇게라도 어르신들이 모여 전통놀이를 즐기고 음식을 나누며 정을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와 아이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세시풍습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윷놀이에 참여한 한 어르신은 "옛날에는 대보름날이면 집집마다 오곡밥을 나눠 먹고, 아이들은 연을 날리고 쥐불놀이를 했지요. 지금은 그런 모습이 많이 사라져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모여 웃으니 옛 생각이 난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매년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세시풍습과 전통놀이는 공동체를 묶는 끈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마을 단위의 공동체 문화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명절과 절기도 간소화되거나 상업적 행사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날 상북지 마을회관에는 여전히 '함께'의 가치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오곡밥 한 숟가락, 부럼 한 알, 윷 한 번에 담긴 웃음과 응원은 세대와 시간을 잇는 다리였다.
삼일절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정월대보름의 전통을 이어간 상북지 마을의 하루. 회관을 가득 채운 환호와 탄식은 단순한 놀이의 소리를 넘어, 사라져가는 세시풍습을 지키려는 공동체의 힘찬 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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