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북한인권 패션전시회 - 뉴코리안웨이브' 성료… "분단의 상처에서 평화의 실루엣으로 북한인권을 입다"

  • 등록 2025.07.22 18: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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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예라 대표, "이제 우리는 문화의 소비자가 아닌 창조자"
윤예라 대표와 길영신 고문의 10년 인연… "이 옷은 통일로 가는 나침반"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탈북민인 윤예라 남북사랑나눔터 대표가 직접 기획하고, 남북 출신 디자이너들이 함께 만든 전시가 서울 인사동 한복판에서 성료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단순한 패션쇼가 아니었다. 옷은 곧 증언이었고, 디자인은 기억의 조각이었다. 2025년 7월 16일부터 22일까지 7일간 한국미술관에서 열린 '2025 북한인권 패션전시회 – 뉴코리안웨이브'는 억압의 경계를 넘어 인권과 평화, 그리고 통일의 가능성을 패션으로 풀어낸 이례적 전시로 기억될 것이다.

이번 행사는 '북한이탈주민의 날'(7월 14일)을 기념하고, 서울시의 '북한인권 증진 및 인식제고 사업'의 일환으로 남북사랑나눔터가 주최했다. KBS 공채 개그맨 조래훈이 사회를 맡았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고양지부 여정팔 수석부회장과 민원표 교수, 일공신문 서동일 회장 등이 주요 내빈으로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윤예라 대표, "두 글자 속의 이별과 희망… 나는 이제 목소리를 가진 사람"

이번 전시를 기획하고 주도한 윤예라 남북사랑나눔터 대표는 북한에서 태어나 청소년 시절 두만강을 건넌 탈북민 출신이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그는 중국과 제3국을 거쳐 한국에 정착했고, 이후 인권운동가로 성장해 탈북민 자립과 문화 활동을 위한 플랫폼인 남북사랑나눔터를 설립, 수년 간 인권교육, 청년통일 캠페인, 문화예술 협업 프로젝트를 이끌며 탈북민의 자립과 사회통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금은 다수의 통일교육과 청년문화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북한 출신 인권활동가이자 예술기획자'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윤 대표는 개막 기념사를 통해 "탈북이라는 두 글자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공포와 결단, 눈물과 희망이 담겨 있다"며 "하지만 오늘 우리는 그 상처 위에 예술로 꽃을 피운다"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어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이 사회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라고 밝혔다.

윤 대표의 발언은 단순한 자전적 고백이 아니었다. 이는 탈북민들이 피해자나 수혜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한국 사회의 창조적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선언이었다.

윤 대표는 특히 "이번 전시가 탈북민에 대한 낙인을 지우고, 그들을 인권과 창조의 주체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며 "북한인권을 향한 공감의 장이자, 새로운 한류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패션, 침묵과 고통을 껴안는 예술로

전시는 억압과 자유, 분단과 통일, 전통과 현대라는 키워드 위에 정교하게 직조되었다. 탈북민이 겪은 검문소, 수용소, 감시, 장마당, 국경 탈출, 그리고 대한민국에서의 정착 등을 상징하는 모티브로 다양한 질감과 색상, 해체와 재구성의 방식으로 옷에 표현되었다.

패션을 단지 미학적 도구가 아니라 역사의 증언과 사회적 질문의 매개체로 삼은 시도가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서양화가 전명옥 화백이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이번 전시에는 단지 아름다운 의상이 아니라, 고통과 침묵, 자유와 연대의 서사가 실린 작품들이 등장했다.

전명옥 화백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침묵을 껴안는 상상을 하며 옷을 기획했다"며 "이번 전시는 패션이 아닌 증언이며 하나의 시위이고 기도이며, 침묵을 껴안는 예술"이라고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길영신 상임고문 "그때 그 소녀가 이제는 수많은 이들의 나침반이 되었다"

이날 가장 깊은 울림을 전한 인물은 남북사랑나눔터의 상임고문이자 윤 대표의 멘토인 길영신 고문이었다.

축사에 나선 길 고문은 윤 대표와의 10년 전 인연을 떠올리며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윤 대표를 처음 만난 건, 북한에서 막 탈북해 국내에 들어온 어린 소녀 시절이었다"라며 "그 소녀는 낯선 땅에서 두려움과 희망 사이를 오가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삶을 말하려 애쓰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길 고문은 이어 "그 소녀가 오늘,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문화'를 이야기하고, '통일'을 향한 전시회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길 고문은 서울기독대학교 평생교육원장을 역임하면서 많은 탈북민들의 정착을 지원하였으며, 윤 대표에게는 직장 상사로써 대한민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준 어른이었다.

그는 윤 대표의 여정을 두고 "이 모든 만남과 시간이 결국 통일로 이어지는 퍼즐 조각이 될 것"이라며 "오늘 이 전시가 그 조각 중 하나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병열 일붕신문 회장도 축사에서 "이번 전시는 남북이 함께 만들어가는 최초의 독립적 문화정책이 될 수 있다"며 "단순한 전시를 넘어 남북 간 문화 연대와 평화적 교류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 대표가 과거 자신과 함께 고향시의회 민주평통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발표력이 뛰어나고 책임감이 남다른 분이 서울 중심에서 이렇게 의미 있는 전시를 연 것만으로도 모두가 축하할 일"이라고 전해 현장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토크콘서트, 인권과 예술이 만난 공감의 시간

전시 기간 중인 7월 17일 오후 2시에는 '뉴코리안웨이브 토크콘서트'가 함께 열려 큰 호응을 얻었다.

남북 출신의 디자이너 강오순, 이봉, 천유라(가명), 김하은(가명) 등이 무대에 올라 분단의 경험과 창작의 과정을 공유하며 패션을 통한 정체성 회복, 문화적 소통, 인권 인식 제고의 중요성에 대해 관객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패션은 나를 입는 일이며, 동시에 세상과의 소통"이라고 말하며, 인권과 예술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는 창이 될 수 있음을 역설했다.


남북사랑나눔터의 다음 길

전시가 성료된 이후에도 남북사랑나눔터는 패션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탈북민의 서사를 예술로 전환하고, 남북 화해의 공감대를 넓혀가는 사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예라 대표는 마지막 인사에서 "우리는 남북의 아픔을 문화로 이야기할 수 있다"라며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함께 들으며, 더 이상 통일이 먼 얘기가 아니기를 바란다"라고말했다.

이날 인사동의 작은 미술관 안에서 탈북민과 남한 사회, 인권과 예술, 고통과 희망은 하나의 옷처럼 얽히고 이어졌다. 그 옷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시대적 질문이자, 통일을 향한 조용한 기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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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섭 기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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