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영원한 예술의 사랑'

2022.12.11 22:27:04

작가들은 대중이 생각하지 못한 통계를 생성하므로 작품의 맛을 살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십이 초 동안 시 한 편을 다 읽는 동안 지구상에서는 40명의 사람과 7억 마리의 개미가 탄생 된다. 반대로 십이 초 동안 30명의 사람과 5억 마리의 개미가 지구상에서 죽어가기도 한다.

사람은 포유동물이다. 크기는 1m에서 2m 사이로 다양하며 몸무게는 30kg에서 1백kg 사이다. 임신의 시기는 9개월, 식성은 잡식성이다. 개체 수는 꾸준히 증가하며 70억 이상으로 추산한다.

개미는 곤충이다. 크기는 0.01cm에서 3cm로 다양하다. 무게는 0.001mg에서 1mg 사이다. 산란은 정자의 저장량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식성은 잡식성이다. 개체의 수는 수십억의 10억 배 이상으로 추산한다.

소설 <개미> 작가로 이름을 날린 프랑스의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의 흥미로운 분석에 의한 자료다.

작가들은 대중이 생각하지 못한 통계를 생성하므로 작품의 맛을 살린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독특한 작가로 어릴 적부터 개미를 방안에 기르며 연구, 관찰하였다. 그리고 결과물로 <개미> 소설을 펴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밖의 나라에서도 주목받는 소설로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고인이 된 이어령 작가는 수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정확도가 있는 작품을 썼다. 이어령 교수의 글을 보면 과학적인 통계들로 글의 흥미는 물론, 신뢰가 간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시집은 다까무라 코오다르(高村光太, 1883~1956) 시인이 쓴 시집 <순애>(純愛)다. 판매의 숫자는 확실하게 잡히지 않는다. 일본출판계는 통계를 말하지 않고 일본 시문학 사상 최대의 판매 부수를 기록한 시집으로 정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에 '풀잎' 출판이 펴냈다. <순애>의 시집은 시인의 아내 지에 코와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노래한 시집이다. 작가는 시인이며 조각가이다. 작가는 세상을 떠난 지 70년이 지났지만, 일본에서는 <순애> 시집에 대한 열독은 변함이 없다. 일본에서는 두 사람의 수십 년 전에 나눴던 애수의 사랑을 지금도 앓고 있다. 진심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하나의 증거와 같다.

'죽은 아내가 담가 놓은 매실주는/ 10년의 무게로 가라앉아 광채를 띠고/ 이제 호박 빛 구슬처럼 엉겨 붙는다./ 홀로 맞은 이른 봄, 밤기운이 쌀쌀할 때면/ 드시도록 하세요/ 자기 죽은 후에 홀로 남겨질 사람을 걱정하던 당신.' -'매실주' 중에서

일본 시문학 사상 이렇게 열광을 보낸 일은 없다. 오로지 한 사람의 아내만을 위해서 그것도 미쳐서 죽은 아내만을 위해 쓰인 이 시집의 시와 산문들을 한편 한 편 읽어 내노라면 어느새 그 치열하고 순수한 영혼에 동화되어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시집은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다. 지금까지 300만 부가 팔린 것으로 알려진다. 도종환 시인도 고인이 된 아내를 그린 시다. <접시꽃 당신> 시집이 나올 당시만 해도 젊은 독자들은 책상 위에 복사하여 붙여놓기도 했다.

도종환 시인에게 왜 하필 접시꽃을 등장시켰냐고 묻는다. 도시인은 접시꽃은 소박하다. 시골의 장독대 근처에서 말없이 할머니와 대화 하고 아내와 대화한 꽃이라 답한다.

도 시인은 교사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이 되었다. 장관의 임기가 끝나자 국회의원으로 정치의 길을 가고 있다. 문인의 복지를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성경책 다름으로 많이 판매된 책은 <어린 왕자>다. 스님이면서 수필가로 명성을 더한 법정 스님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반응으로 사람들을 구분한다는 글을 읽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는데 시도반도 그 의미를 이제 이해할 것 같다. 오직 한 가지 일에 매진하는 것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것은 진심이다.

인간은 시간과 재능이 한정되어 있다. 인간으로서는 진심으로 가는 길은 진리이며 최선의 길이다. 찬송가에는 '진심으로'라는 하나의 단어로 반복하는 가사가 있다. 진심은 일생이 오직 하나로 정진할 때 그 사랑은, 그 예술은 구도(求道)의 경지로 승화될 수 있다.

다까무라 코오다르 시인은 오직 한 사람에게 바쳐진 예술은 그 섬뜩한 진심으로 만인의 영혼을 울리는 것이다.

<순애> 시집의 시들은 사랑의 시지만 결코 감성적으로 편히 읽히지 않는다. 그 안에는 진심의 구도 정신에 삼엄한 진심이 각인되어 있다. 이혼이 당당한 시대의 일본에서 반세기가 넘도록 <순애> 시집을 앓고 있는 것은 진심이 걷고 있다. 밖은 진심의 달밤이 휘영청 인 모양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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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섭 기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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