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씨는 전날 오후 4시 10분쯤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18층 야외정원에서 인화물질을 몸에 뿌리고 불을 붙여 전신3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연명 치료를 받고 있었다.
분신 당시 "사드 가고 평화 오라. 문재인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고 외쳤으며,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는 제목의 4쪽 분량 글을 통해 '사드 배치는 긴장을 초래하고 전쟁 위협만 가중한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가 미국에 당당히 할 말을 하고 성공하길 바란다'는 주장을 폈다.
조씨는 비(非)전향 장기수로 북한으로 송환된 이인모 씨(2007년 사망)의 초대로 1995년 8월 북한에 밀입국해 26일간 체류했다. 이후 독일로 망명했다가 2012년 입국,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런 사연으로 '마지막 재독 망명객'이라 불렸다.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등 시민단체는 조씨 시신이 안치된 서울 영등포동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종 애도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의 사과와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했다.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장인 원불교 강해윤 교무는 "문재인 정부가 사죄하고 새롭게 국민 편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더 큰 비극이 계속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불법 사드 배치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며 "이는 정권의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족과 논의해 조씨 장례를 '사회장'으로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씨 빈소는 서울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시국과 관련 입장문을 남기고 어제 분신한 조영삼씨가 오늘 오전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고인의 영전에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백 대변인은 이어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적인 일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정부와 민주당은 나라를 걱정하는 그의 마음처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도 이날 "자신의 생명을 걸면서까지 한반도의 평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남긴 고(故) 조영삼씨의 뜻을 문재인 정부는 잘 새겨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추 수석대변인은 이어 "박근혜 정부에 의해 촉발된 사드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행보와 판단에 의해 결국 배치가 기정사실화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며 "국내 갈등은 더 첨예화됐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상황은 더욱 불안정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조영삼씨의 유서 전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오래전, 독일에 있을 때부터 대통령님을 지지하고 존경해왔던 사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드는 안 됩니다. 대통령님도 사드는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긴장과 전쟁의 위험만 가중시킬 것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더 큰 그림이 있을 거라 생각도 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초강대국 미국과의 '밀당'이 쉽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처음부터 이렇게 밀리면 뒷감당을 어찌하시렵니까.
저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진실로 진실로 바라는 사람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남북경협, 평화통일, 동북아 균형자 역할 등을 통한 우리 후손들의 미래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드는 결코 전쟁방지나 평화를 지키는 무기가 아닐 것입니다. '총알로 총알을 맞추는' 가능성이 희박한 사드미사일 자체보다도 사드배치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엑스밴드 레이다의 감시망에 놓여있는 북한과 중국은 사드가 가동되는 시점부터 그들의 제1 타격 목표는 사드배치지역이 될 것임은 자명합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북한의 ICBM은 종심이 짧은 한반도용이 아니라 대륙을 넘나드는 장거리용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대 미국용입니다. 대통령님도 이런 상식적인 사실들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시배치'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사드배치를 앞당긴 것은 현실국제정치의 냉혹한 벽을 뚫지 못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은 대통령님의 대화제의에 핵실험 등 엇박자를 놓고 있는 북한 당국에 있겠지요.
의도했든지 아니면 우연히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실적으로 '북미간 적대적 공생관계'의 부산물인 사드배치로 인해 우리 민족의 미래에 먹구름이 잔뜩 밀려오고 있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치킨게임의 결과는 남북 공멸의 길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매의 눈을 치켜뜨고 있는 일본이 보입니다.
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에게 당부와 부탁을 드립니다. 저는 한때 보편적 정의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인민군 종군기자 출신 이인모 선생의 손발이 되어 함께 생활했던 사람입니다. (당시 이인모 선생은 분단비극의 후유증으로 자력으로는 단 한걸음도 걸을 수 없었지요)
당부 드리건대, 당신들이 즐겨 사용하는 '우리민족끼리'처럼, 말로만 '민족', '민족' 하지 말고 민족 앞에 모든 걸 내려놓으십시오.
민족의 운명은 우리민족끼리 합심하여 짊어지고 간다는 정신으로 미국과 양자간 '밀당' 하기 전에 남북대화의 장에 나서기 바랍니다. '우리민족끼리'라 해놓고 이른바 '코리아패싱'은 안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 정권이 이명박근혜 정권이 아니지 않습니까. 세계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것을 넘어서 길이 남을 촛불혁명정권입니다. 성공해야 합니다. 기필코...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혹시 압니까? 미국을 꼼짝 못하게 하는 묘수가 남북대화 과정에 나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당신들의 '신념의 화신'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는 이인모 선생과의 인연으로 세상의 주변부를 떠돌며 인생행로와 역정이 여러 번 뒤바뀐 사람으로서 이런 부탁과 당부를 드릴 자격이 조금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대통령님을 인간적으로 존경했고 사랑했습니다. 이 세상 소풍 끝내고 나서도 그러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의 산화가 사드철회를 위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 방울이나마 좋은 결과의 마중물이 된다면 연연세세 가문의 큰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의 자유인으로 살고자 했던 어느 이름 없는 평화주의자가 한 떨기 마지막 잎새를 떨굼으로써 이 땅에 평화를 기원한 나라, 대한민국을 얕보지 말라고...
그는 백만 촛불혁명의 한 사람이었다고,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고 미국에게 당당히 말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님, 촛불민심을 든든한 배경으로 흔들리지 마시고 초심대로 밀고 나가셔서 성공한 정권으로 세계사에 길이 남으시길 기원하고 또 기원합니다. 건강하십시오.
촛불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제 19대 대통령 후보 문재인 남북협력정책특보 들풀하나 조영삼 드림
덧붙이는 글 : 저의 행동에 설왕설래 말이 많을 줄로 사료됩니다. 개의치 않습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의 자유인'으로 살고자 했으나 그러지 못한 인생이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아직 이 세상 소풍 끝나지 않은 분들, 외람되지만 제 처와 어린 아들내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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