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에서 '토목건축 조합원 상경총회'를 열어 불법 하도급 근절과 내국인 건설노동자 고용 대책을 촉구했다.
1박 2일로 진행되는 이번 총회에는 전국 건설 노동자 8천여명이 참여한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건설노조는 "건설현장 임금은 10년째 하향 평준화되고 있고 노동조건은 바뀌지 않았다"며 "이주노동자 인력이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불법 유입되면서 임금과 노동조건이 저하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건설사들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3월부터 교섭절차가 시작됐음에도 전국 전문건설업체들은 거부하고 있고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실질적인 교섭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노사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노사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노조는 업계의 이주노동자 도급팀 형태 고용, 이로 인한 내국인 노동자 역차별,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예'나 다름없는 노동 강요 관행을 비판하며 지난 3월2일 최초교섭 요청공문을 168개 업체에 발송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지난 1일 8차 교섭 때만 해도 수도권 대표교섭 12개 등 13개 업체가 참여했다. 하지만 9일 열린 9차 교섭에는 업체들이 돌연 불참했다.
노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인천공항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등 공공기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건설산업에 대해서도 고용질서를 감독하는 규제당국으로서 각종 불법과 탈법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허용된 이주노동자 쿼터는 6만 7천명이지만 실제로는 약 30만명의 이주노동자가 일한다는 게 건설노조 주장이다.
이들은 "이주노동자를 쫓아달라고 집회를 하는 게 아니다"라며 "불법하도급 구조에 따른 이주노동자 유입으로 건설산업은 내국인 청년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정부에 불법도급 근절 및 고용질서 개선 관련 요구안으로 ▲고용제한조치 상태의 사용자가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형사처벌(현행 과태료) ▲외국인근로자 고용법(외고법) 위반 기록 PQ(사업수행능력평가) 심사 반영 ▲각 사업장별 외국인력 배정인원 의무 공개 및 부착 ▲건설근로자공제회 퇴직공제부금 전자카드제 전면 적용▲고용제한 조치 시 기존 고용허가 취소 ▲공공발주 현장과 대규모 민간 건설현장에 외고법 등 각종 법위반 행위 근절 대책 마련을 제시했다.
건설노조는 "정부는 건설현장 적정임금제 도입과 직접 고용 정착을 통해 공사 안전과 품질 향상,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며 "(건설업계를) 청년들이 누구나 진입해 일할 수 있는 안전하고 매력적인 현장으로 바꾸면 충분히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총파업 투표에 들어갔으며, 투표 결과는 내주에 집계된다.
총회 참가자들은 광화문 삼거리, 내자동 로터리를 거쳐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규모 시위대가 청와대 근처까지 행진한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청와대에 외국인력 고용 질서 감시·감독 강화, 이주노동자 불법 고용 처벌, 사업장별 외국인 인력 배정인원 의무 공개 등을 촉구하는 제안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저녁에는 세종로 소공원에서 투쟁문화제를 연 뒤 노숙농성을 하고 21일 현대·SK·GS·대우 등 주요 원청 건설업체를 항의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한다.
경찰은 33개 중대 2천700여명의 경찰력을 도심에 배치했으나, 병력을 집회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 대기시키고 행진 대열 주변 교통 관리에 주력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앞서 지난 4월부터 9차례에 걸쳐 건설사들과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의 교섭 불참으로 결국 합의가 불발됐다.
한편 청와대 행진을 마친 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8시 세종로 공원에서 '투쟁문화제'를 열고 다음날(21)일 오전 8시 '결의대회'를 마지막으로 1박 2일 상경총회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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