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지난 주말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한 뒤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으로 피신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18일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의 중재를 공식 요청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한 위원장이 조계사 경내에서 부주지 담화 스님 및 총무원 관계자 등과 면담을 갖고 신변 보호를 요청했으며, 조계종 화쟁위원회 중재를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계사 측은 19일 오후 2시 비공개회의를 통해 신변 보호와 중재 요청에 관한 공식입장을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상균 위원장은 사태 중재 요청서에서 "저희들이 사전 양해 없이 조계사로 들어오게 된 점을 먼저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라며 "민주노총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사회적 약자, 비정규 문제 등 이 땅에서 가장 고통 받는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 위원장은 "그러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금 당장 갈 곳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라며 "어려운 조건에서도 늘 고통 받는 중생과 함께 하시며 아픈 이들을 보듬어 오신 부처님의 넓으신 자비심으로 저희들을 보듬어 주실 것을 대한불교조계종과 조계사에 간곡하게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또 "무례하고 어려운 부탁이라도 부처님 화쟁의 마음으로 껴안아 주실 것을 거듭 청원한다"며 "더불어 항상 사회적 약자 문제에 고민하면서 앞장서 오고 있는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중재와 큰 도움을 요청 드린다"라고 호소했다.
한 위원장의 이와 같은 호소에도 불구하하고 조계종 화쟁위원회에서 만약 조계사에서 나가라는 '퇴거 결정'을 내리고, 경찰의 체포에 협조할 경우 한 위원장은 조계사 현장에서 즉각 체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사회 현안과 갈등을 중재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기 위해 2010년 구성한 기구로, 7명의 스님과 재가자인 각계인사 8명으로 구성돼 있다.
화쟁위원회는 그동안 4대강 사업, 한진중공업 사태, 쌍용자동차 사태, 강정마을 문제, 철도 노사 문제 등 사회 현안의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다.
조계종 관계자는 "철도 파업은 사측과 노측이 명백히 대립하던 문제인데 이번에는 세월호 추모집회부터
시작해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도법 스님도 '이번 문제를 화쟁위가 다룰 수 있는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어떤 부분을
다뤄야 할지 등을 위원들과 함께 신중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4월24일 민주노총 총파업대회, 5월1일 노동절 집회 등에서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로 지난 14일 민중총궐기에 참석한 뒤 16일 밤 조계사로 피신했다.
한 위원장이 당분간 조계사에 머물 것으로 보임에 따라 경찰은 한 위원장 검거에 특별승진을 내걸고 조계사 주변의 밤샘 경계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경찰은 주말 집회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집회 참가자 6명을 구속한 가운데,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에 쓰러져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69)씨의 가족은 강신명 경찰청장,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를 살인미수 및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가톨릭농민회 등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 청장과 구은수 서울경찰청장, 제4기동단장, 제4기동계장 등을 현장 책임자 및 직접 가해자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발인에는 김영호 전농 의장과 백씨의 큰딸 등 33인이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