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 여성문학의 흐름을 돌아보고 부산 여성문학의 새로운 좌표를 모색하는 문학축전이 열린다. 오랜 세월 창작의 길을 걸어온 문인부터 새로운 문학적 가능성을 펼쳐가는 작가까지, 6인의 수상자가 문학의 이름으로 한자리에 선다.
제16회 한국여성문학축전이 오는 9월 9일 오후 5시 부산 수영구 생활문화센터 5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사)부산여성문학인협회(이사장 김경자)가 주관하고 부산시가 후원하는 이번 축전은 문학세미나와 시상식, 축하공연으로 이어지며, 부산 여성문학의 현재를 조명하고 지역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특히 올해는 제17회 한국여성문학상 이혜선 시인, 제34회 부산여성문학대상 김향자·이숙례 시인, 2026 부산여성문학작가상 방수미 수필가·염희순 시인, 제20회 한국시낭송상 김숙자 시인 등 6명의 문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이들의 수상은 개인의 문학적 성취를 넘어 부산 여성문학이 축적해온 시간과 세대 간 계승, 그리고 창작의 다양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문학세미나로 문을 열다… '부산문학의 좌표'를 묻다
축전은 오후 4시부터 열리는 문학세미나로 시작된다.
'지역문학 활성화를 위한 부산문학의 좌표'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국문인협회 고문이자 신라대학교 명예교수인 정영자 문학평론가가 기조발제를 맡는다.
이어 황구 향토사학자가 '고대 부산 시인들의 시-풍류와 시대정신'을, 배옥주 시인이 '현대 시인들의 시-부산정신의 형상화'를 주제로 발표한다.
정재분 문학박사가 좌장을 맡아 진행하는 토론에는 김성은 수필가와 최의선 시인이 참여한다.
이는 단순한 문학상 시상 행사를 넘어 부산이라는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이 문학 속에서 어떻게 형상화되어 왔는지를 살펴보고, 지역문학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17회 한국여성문학상 이혜선 시인… 오 랜 창작의 시간, 한국 여성문학의 깊이 증명
제17회 한국여성문학상 수상자는 이혜선 시인이다.
1981년 월간 <시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이혜선 시인은 세종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이혜선 시인의 문학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오랜 창작 경험에서 비롯된 깊은 서정과 삶에 대한 성찰이다.
1981년 등단 이후 40여 년에 걸친 문학 여정은 한 개인의 창작사를 넘어 한국 현대 여성시의 변화와 성장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여성문학상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등단 20년 이상의 여성 문학인 가운데 창작 활동이 활발하고 여성문학 발전에 기여한 문인을 대상으로 한다.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여성문예인회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등을 역임하는 등 창작과 문단 활동을 함께 이어왔다.
시집 <신 한 마리>(1987), <나보다 너를 잘 아시는 이>(1996), <바람 한 분 만나시거든>(2005), <새소리 택배>(2015), <운문호일>(2017), <흘린 술이 반이다>(2019), <불로 끄다, 물에 타오르다>(2024), <시간의 독법>(2025), 평론집 <문학과 꿈의 변용>(2012), <이혜선의 명시 산책>(2013). <시가 있는 저녁>(2019), 수필집 <아버지 교육법> (2002) 등 여러 시집을 통해 자신의 시 세계를 구축해왔다.
한국현대시인상, 동국문학상, 자유문학상, 문학비평가협회상, 한국시문학상, 윤동주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따라서 이번 수상은 이혜선 시인의 오랜 문학적 성취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동시에, 한 시대를 견뎌온 여성 문인의 창작 열정에 보내는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제34회 부산여성문학대상 김향자·이숙례 시인… 부산이라는 공간에서 피워낸 두 개의 시 세계
제34회 부산여성문학대상은 김향자 시인과 이숙례 시인에게 돌아갔다.
부산여성문학대상은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등단 10년 이상의 여성 문학인 가운데 부산 여성문학 발전에 기여하고 창작 활동이 활발한 문인을 대상으로 한다.
두 수상자는 서로 다른 문학적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부산이라는 문학적 공간에서 꾸준히 창작하고 지역문학 공동체와 함께해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김향자 시인, 일상의 정서에서 길어 올린 서정
2015년 계간 <여기>를 통해 등단한 김향자 시인은 현재 부산서구여성문학회 부회장, '물소리' 시극단 회장 등으로 활동하며 지역문학 현장을 지키고 있다.
시집 <달빛처럼 오소서>(2020), <달팽이가 피어온 옷>(2022), <그 아름다운 이야기>(2024), <쉼, 나의 카렌시아>(2025) 등을 발표했다.
작품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는 '달빛', ‘달팽이’, ‘쉼’ 등의 이미지에는 빠르게 흘러가는 삶에서 잠시 멈춰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적 감성이 배어 있다.
특히 최근 작품으로 갈수록 삶의 속도와 내면의 휴식, 인간관계와 존재에 대한 성찰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김향자 시인의 문학적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이번 수상은 지속적인 창작과 지역문학 활동을 이어온 그의 문학적 성실성에 대한 평가이자, 부산 여성시의 현재를 지켜가는 한 축을 확인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숙례 시인, 자연의 이미지에 삶의 온기를 담다
이숙례 시인은 2010년 계간 <여기>를 통해 등단했으며, 경남대학교 가정교육과를 졸업했다.
부산여성문학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부산여성문학인협회 부산문화교육원에서 시낭송 강사로 활동하는 등 창작과 문학문화 확산을 함께 실천하고 있다.
시집 <돌꽃 향기에 기대어 서다>(2019), <달빛의 응원>(2024), <꽃잎처럼 흩날리는 비음>(2025) 등을 통해 자연과 삶, 기억과 감성을 서정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돌꽃'과 '달빛', '꽃잎'이라는 시적 이미지에는 단단한 삶 속에서도 피어나는 생명력과 따뜻한 위로의 정서가 담겨 있다.
특히 시 창작과 함께 시낭송 교육에 참여해온 것은 문학을 문자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사람의 목소리와 만남을 통해 살아 있는 언어로 확장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26 부산여성문학작가상… 새로운 세대의 문학을 응원하다
올해 부산여성문학작가상은 방수미 수필가와 염희순 시인에게 돌아갔다.
부산여성문학작가상은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등단 10년 이하의 여성 문학인 가운데 부산 여성문학 발전에 기여하고 창작 활동이 활발한 문인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이 상은 중견 문인의 성취를 기리는 기존 문학상과 달리 부산 여성문학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세대의 창작자를 발굴하고 격려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방수미 수필가, 일상과 기억을 문학으로
2022년 계간 <여기>를 통해 수필가로 등단한 방수미 수필가는 원광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부산여성문학인협회 기획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5년 수필집 <민들레 홀씨>를 펴냈으며 한국꽃문학상을 수상한 경력도 있다.
수필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는 문학이다. 역사를 공부한 시선과 수필가로서의 섬세한 관찰이 만날 때 개인의 기억은 시대의 기록으로 확장될 수 있다.
<민들레 홀씨>라는 제목 역시 작은 존재가 바람을 타고 새로운 곳에 뿌리를 내리는 생명성을 연상시킨다.
방수미 수필가의 이번 작가상 수상은 이제 막 본격적인 문학의 길에 들어선 작가에게 보내는 격려인 동시에 앞으로 더욱 깊은 산문세계를 펼쳐달라는 기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염희순 시인, 새로운 시적 언어를 향한 출발
염희순 시인은 2024년 계간 <여기>를 통해 등단했다.
인제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부산여성문학인협회 교육국장, <물소리> 시극단 단원, 영훈문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6년 시집 <패랭이 연가>를 펴냈으며, 전국문학인꽃축제 백일장 문인부 수상 경력도 갖고 있다.
등단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시집을 출간하고 문학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은 더욱 의미가 있다.
특히 '패랭이'라는 소박하고 질긴 꽃의 이미지처럼, 그의 문학이 일상의 작은 것에서 생명과 정서를 발견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확장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작가상은 한 작가의 현재를 평가하는 상인 동시에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문학적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제20회 한국시낭송상 김숙자 시인… 문자를 넘어 목소리로 살아나는 시
제20회 한국시낭송상은 김숙자 시인이 수상한다.
2011년 월간 <문학도시>를 통해 등단한 김숙자 시인은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부산여성문학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모든 점수록 맘을 내다>(2012), <그 섬에 있었다>(2016), <장미처럼 예쁜 날>(2022), <도서관 풍경>(2024), <바람의 꽃>(2025), <장미를 바라보는 시선>(2026) 등의 시집을 발표했다.
김숙자 시인의 문학적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시와 시낭송을 함께 실천해왔다는 점이다.
시가 종이 위의 문자로 존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청중에게 전달될 때, 시는 또 다른 생명을 얻는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시낭송상은 단순히 낭송의 기교를 평가하는 상이 아니라 시를 독자와 청중에게 전달하고 문학의 감동을 공유해온 실천적 문학 활동을 격려하는 상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6인의 수상자가 보여주는 부산 여성문학의 지형
올해 수상자 6인을 한자리에서 바라보면 부산 여성문학의 현재와 미래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혜선 시인이 오랜 창작의 시간으로 한국 여성문학의 한 축을 세웠다면, 김향자·이숙례 시인은 부산 지역에서 꾸준히 창작하며 지역 여성문학의 현재를 지켜가고 있다.
방수미 수필가와 염희순 시인은 새로운 세대의 문학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김숙자 시인은 시를 목소리로 확장하는 시낭송을 통해 문학의 대중적 소통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결국 이들의 수상은 한 시대의 문학적 성취와 다음 시대의 가능성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상’보다 중요한 것은 문학을 계속하는 힘
문학상은 문인의 이름을 빛내는 영예이지만, 문학의 본질은 상의 숫자나 명예에 있지 않다.
한 줄의 시를 쓰기 위해 삶을 오래 바라보고, 한 편의 수필을 쓰기 위해 일상의 작은 흔적을 기억하며, 한 편의 시를 낭송하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에 시의 숨결을 불어넣는 과정 자체가 문학이다.
그래서 문학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특히 여성문학상과 지역문학상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기록되고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 문인들의 문학적 성취를 사회적으로 기억하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부산여성문학인협회가 운영하는 한국여성문학상은 등단 20년 이상의 여성 문인을, 부산여성문학대상은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등단 10년 이상의 여성 문인을, 부산여성문학작가상은 등단 10년 이하의 여성 문인을 대상으로 한다.
이는 문학의 경력과 세대에 따라 창작자를 격려하고 다음 세대를 발굴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학세미나·시상·공연…문학이 시민에게 다가가는 축제
이번 한국여성문학축전은 문학상 시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문학세미나를 통해 부산문학의 역사와 정체성을 돌아보고, 시상식을 통해 창작자들의 성취를 격려하며, 축하공연을 통해 문학을 시민들이 함께 향유하는 문화예술축제로 확장한다.
특히 부산여성문학인협회 물소리시극단이 선보이는 시극 '윤동주-별이 된 사람'과 합창 공연은 시와 연극, 음악이 결합한 무대를 통해 문학의 감동을 더욱 넓힐 예정이다.
이는 문학이 책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와 목소리,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문화임을 보여준다.
부산 여성문학, 이제 지역을 넘어 시대의 문학으로
부산은 바다의 도시이면서 수많은 문학인을 배출한 문학의 도시다. 부산의 여성문학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문인들의 창작과 헌신을 통해 그 뿌리를 내려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문학적 유산을 단순히 과거의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에게 연결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한국여성문학축전과 6인의 수상자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혜선의 깊은 연륜에서 김향자와 이숙례의 현재로, 방수미와 염희순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그리고 김숙자의 목소리를 통한 문학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문학적 계보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계보는 곧 부산 여성문학의 오늘이며, 동시에 내일이다.
한 줄의 문장이 다음 세대를 부른다
문학은 기록이지만 동시에 기억이다. 한 사람이 쓴 시 한 편이 사라져가는 시간을 붙잡고, 한 편의 수필이 평범한 하루를 특별한 기억으로 남기며, 한 사람의 목소리가 시의 언어를 다시 사람의 마음속에 울려 퍼지게 한다.
이번에 문학상의 이름으로 한자리에 선 여섯 문인의 문학도 그렇게 이어질 것이다. 상을 받은 오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일도 다시 시를 쓰고 수필을 쓰며 문학의 길을 걸어가는 일이다.
그리고 그들의 한 줄 한 줄이 쌓여 부산 여성문학의 역사가 되고, 언젠가 또 다른 문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다.
문학은 한 사람에게서 시작되지만, 다음 사람에게 건너갈 때 비로소 역사가 된다. 9월 9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국여성문학축전이 바로 그 문학의 시간을 함께 기억하고, 새로운 문학의 내일을 열어가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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