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문학의 백 년은 이름난 몇몇 문인만의 역사가 아니다. 시대의 아픔과 기쁨을 언어로 기록하며 묵묵히 창작의 길을 걸어온 수많은 문인들의 삶이 켜켜이 쌓여 오늘의 한국문학을 이루었다.
그 오랜 문학의 전통과 정신을 기리는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제19회 한국문학백년상 시 부문 수상자로 김유제 시인이 선정돼 24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영예를 안았다.
이번 수상은 그의 세 번째 시집이자 한·베트남 이중언어 시집인 <밤하늘에는 별강이 흐르고>가 지역의 삶과 자연, 공동체의 서정을 세계의 언어로 확장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결과다.
한국문인협회(이사장 김호운)가 제정한 한국문학백년상은 한국문학의 백 년 전통을 계승하고 문학 발전에 기여한 중견·원로 문인의 문학적 성취와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기리는 권위 있는 상으로 평가받는다.

김유제 시인은 충남 보령을 삶과 문학의 터전으로 삼아 자연과 사람, 공동체의 삶을 흙냄새 나는 언어로 담아내며 지역문학을 한국문학의 보편적 가치로 승화시켜 온 대표적인 향토 시인이다.
특히 수상작 <밤하늘에는 별강이 흐르고>는 한국어와 베트남어를 함께 수록한 이중언어 시집으로, 한국문학의 국제화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결실이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한국문학 번역가인 레땅환(Le Đăng Hoan) 박사가 번역을 맡아 우리 시의 정서와 운율을 현지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표제시 '밤하늘에는 별강이 흐르고'는 별빛 아래 펼쳐지는 고향 마을의 풍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낸다.
까치집이 있는 개울가와 반딧불이 날아오르는 숲, 고려청자 요지와 숯가마터, 미산 막걸리와 새들의 합창까지 고향의 기억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공동체의 역사이자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되살아난다.
김유제 시인의 작품 세계는 자연을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명의 질서, 공동체의 따뜻한 연대, 전통문화를 지켜내려는 실천의식이 그의 시를 이루는 중심축이다.
그의 시에는 봉사정신과 장인정신,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어우러진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시학'이 깊이 배어 있다.
그는 시인인 동시에 충청남도 무형문화유산 제48호 보령석장 이수자로 활동하며 전통 석공예를 계승하고 있다.
도자기와 벼루 연구자이자 문화예술 기획자로 지역문화의 가치를 발굴해 왔으며, 보령해변시인학교를 13년째 운영하면서 문학 저변 확대에도 힘써 왔다.
보령시 미산면 봉성리에 조성한 문화예술창조마을은 그의 문학 철학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주민들과 함께 시를 쓰고 서예를 배우며 문화공동체를 일궈 왔고, 주민 24명이 함께 엮은 공동시집 <봉성리 사람들>은 지역공동체 문학의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국제문학교류에서도 그의 활동은 꾸준하다.
한국문학을 베트남에 소개하는 다양한 교류사업을 펼쳐왔으며, 양국 문인들이 함께하는 문학행사를 통해 문화적 공감대를 넓혀 왔다. 이번 이중언어 시집 역시 문학이 언어와 국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아름다운 다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김유제 시인은 지난 2000년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한 이후 <서울역의 봄>, <아침을 여는 여자>, <밤하늘에는 별강이 흐르고> 등 다수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고려청자와 도자기>를 비롯한 연구서도 집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문학기념물조성위원회 위원장,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충남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보령지부장 등을 맡아 지역문학과 한국문단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문예사조문학상, 세종문학상, 보령문학대상, 월인문학상, 한국을 빛낸 자랑스러운 한국인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도 그의 꾸준한 창작과 문화예술 활동을 입증한다.
그러나 그의 문학은 화려한 수상 이력보다 지역을 사랑하고 사람을 품으며 문학을 삶 속에서 실천해 온 긴 시간의 발걸음에서 더욱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수상 소감에서 김유제 시인은 특유의 소탈한 유머와 진정성으로 깊은 감동을 전했다.
그는 "평생 펜보다 망치와 정을 더 오래 잡고 살아온 석공에게 이렇게 큰 문학상을 주신 것은 한국문인협회의 아름다운 실수인지도 모르겠다"며 웃음을 자아낸 뒤 "시는 펜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산에서는 낫과 톱으로, 들에서는 삽과 호미로, 바다에서는 낚싯대로 삶을 일구는 모든 사람들의 땀과 정성이 곧 시"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받은 상은 제 개인만의 영예가 아니라 함께 걸어온 모든 문우와 지역 주민, 가족이 함께 받은 행복의 상"이라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문학과 전통문화를 사랑하며 문인들의 위상을 높이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한국문학백년상은 한 권의 작품만을 평가하는 상이 아니라, 한 문인이 걸어온 삶과 문학의 궤적을 기리는 상이다.
김유제 시인의 문학은 보령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한국문학의 백 년을 잇고, 다시 베트남을 비롯한 세계 독자들에게 따뜻한 서정과 공동체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망치와 정으로 돌을 다듬던 장인의 손끝은 이제 시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다듬고 있다.
이번 제19회 한국문학백년상은 한 시인의 영예를 넘어 지역문학이 세계문학으로 뻗어가는 아름다운 가능성을 보여준 뜻깊은 이정표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한편 김유제 시인은 문학과 전통 석공예를 함께 이어가는 보기 드문 문화예술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국가연합정원(International Gardens) 내 한국문화공원에 설치될 최초의 세종대왕 석상 제작을 맡아, 한국의 전통 석조예술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클리블랜드 한인회(회장 문종대)가 추진하는 한국문화공원 조성사업의 핵심 프로젝트로, 오는 10월 제막을 앞두고 있다.
김유제 시인은 충남 보령시 미산면 봉성리에 위치한 지석석공예예술원에서 우리나라 석조문화의 전통을 담은 경주 남산석을 사용해 세종대왕 석상을 제작하고 있다.
이번 작업에는 대한민국 무형문화유산 제48호 보령석장 기능보유자인 고석산 명장과 국가기능올림픽 석공예 부문 금메달리스트 신동업 장인이 함께 참여해, 한국 전통 석공예의 예술성과 장인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평생 망치와 정으로 돌을 다듬어 온 석공이자 시인인 김유제 시인은 문학과 전통문화의 가치를 함께 계승해 온 인물이다.
이번 한국문학백년상 수상은 한 권의 시집이 지닌 문학적 성취를 넘어, 문학과 전통문화, 그리고 지역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헌신해 온 그의 삶 전체를 높이 평가한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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