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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문학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국회서 공공대출보상권 도입 공론화

(사)문화강국네트워크·이기헌 의원실 정책토론회 개최
"독서와 창작은 국가 경쟁력… 공공대출 시스템 기반 문학지원 제도 마련 시급"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문학 창작과 독서문화의 공공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속 가능한 문학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특히 공공도서관 대출 데이터를 활용한 문학창작 지원과 공공대출보상권(Public Lending Right·PLR) 제도 도입이 창작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문학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 대안으로 제시되며 관심을 모았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사)문화강국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하고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가 공동 주관한 '인공지능 시대의 독서와 공공시스템 기반 문학지원 방안' 정책토론회가 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문학 창작과 출판, 독서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고, 창작자의 권익 보호와 국민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공공정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총장, 방현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은란 문학평론가, 김호운 (사)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장은영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신남희 전 중랑구립정보도서관장, 김대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등 문학·출판·도서관·문화예술 정책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AI 시대 문학의 미래와 창작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안찬수 사무총장은 "AI 시대에도 인간의 창의성과 공감 능력은 문학과 독서를 통해 길러진다"며 "문학을 개인의 취미나 사적 활동이 아닌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공공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서문화 진흥과 문학 생태계 조성은 문화정책을 넘어 교육과 산업, 민주주의의 기반을 만드는 국가 전략"이라며 공공도서관과 지역사회 중심의 지속 가능한 독서정책 필요성을 제시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방현석 교수는 "21년 전 설계된 문학 지원 시스템은 AI 시대에 맞게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며 "공공도서관 대출 데이터를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하는 한국형 문학창작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독자의 선택이 창작 지원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면 창작자의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조성하고 문학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K-컬처의 경쟁력 역시 문학이라는 기초예술이 튼튼할 때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제토론에서는 공공대출보상권(PLR) 제도가 핵심 정책 과제로 제시됐다.

공공대출보상권은 공공도서관에서 책이 대출될 경우 국가가 대출 실적 등을 기준으로 저작권자에게 일정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용자의 무료 대출 권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창작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문화정책으로, 영국과 독일, 캐나다,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김호운 (사)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공공도서관은 국민의 독서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문화 기반이지만, 책이 많이 읽힐수록 창작자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현실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대출보상권은 독서권을 제한하는 제도가 아니라 국가가 창작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지속 가능한 문학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AI 기술이 창작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만큼 창작자의 권익 보호와 국민의 독서문화 진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민정 (사)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은 "한 권의 책은 작가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니라 사회와 독자가 함께 완성하는 문화 자산"이라며 "독서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창작자에 대한 사회적 존중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공대출보상권 제도화와 공공도서관 대출 데이터를 활용한 문학창작 지원체계 구축이 한국 문학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창작 생태계 회복을 위한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토론회는 AI 시대에도 인간의 창의성과 상상력, 공감 능력을 키우는 문학과 독서의 공공적 가치를 재확인하고, 창작과 독서가 선순환하는 새로운 문화정책의 방향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공공대출보상권(PLR)이란 무엇인가

"책이 많이 읽힐수록 작가도 계속 창작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대출보상권(Public Lending Right·PLR)​은 공공도서관에서 시민들이 무료로 책을 대출해 읽을 때, 국가가 그 대출 실적을 기준으로 저작권자에게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제도다.

도서관 이용자에게는 지금처럼 무료 대출이 보장되며, 부담은 국가가 맡는다. 다시 말해 독자의 독서권은 그대로 지키면서도 작가와 번역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창작자에게는 정당한 창작 보상을 제공하는 문화정책이다.

이 제도는 1946년 덴마크에서 처음 논의되기 시작해 현재는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다. 국가마다 운영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공공의 독서 혜택은 창작자의 권익과 함께 보호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공통적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공도서관 정보시스템과 대출 통계를 갖추고 있지만, 아직 공공대출보상권 제도는 도입되지 않았다.

AI 시대에는 창작물의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데이터의 가치 또한 커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공공대출 데이터를 창작 지원과 연결하는 것은 문학인의 창작 기반을 넓히고 독서문화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정책토론회에서도 참석자들은 "문학은 국가 문화경쟁력의 토대이며, 공공대출보상권은 창작 생태계를 지속시키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AI는 책을 쓸 수 있지만,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AI는 이제 시를 쓰고 소설을 만들며, 몇 초 만에 수천 자의 문장을 완성한다. 그러나 인간의 체온으로 써 내려간 한 줄의 문장은 여전히 기계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울림을 지닌다.

문학은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이 아니라 삶을 견디게 하는 예술이다. 누군가의 상처를 위로하고, 시대를 기록하며,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힘은 결국 인간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AI 시대일수록 문학은 더욱 필요한 자산이다. 그렇다면 사회는 창작자에게 무엇을 돌려줄 것인가.

공공대출보상권은 단순한 금전적 보상이 아니다. "당신의 책은 많은 사람에게 읽혔고, 사회는 그 가치를 인정한다"는 공적 약속이다.


독서는 민주주의를 키우고, 문학은 공동체의 상상력을 키운다. 그 상상력이야말로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만의 경쟁력이다.

이번 국회 정책토론회는 하나의 제도를 논의한 자리를 넘어, AI 시대에도 인간의 창의성과 문학의 존엄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묻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공감을 정책으로, 정책을 제도로, 제도를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로 연결하는 일이다. 문학은 오래전부터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깊은 언어였다. 기술은 시대를 바꾸지만,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여전히 이야기와 시, 그리고 책에서 나온다.

AI가 창작의 영역까지 넘나드는 오늘, 문학을 지키는 일은 특정 장르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창의성과 사유를 지키는 일이다. 공공대출보상권 논의 역시 단순한 보상 제도의 신설이 아니라, 독서와 창작이 선순환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문화정책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이 누군가의 손에서 또 다른 손으로 건네질 때마다, 그 책을 쓴 작가가 다시 다음 작품을 쓸 수 있는 사회. AI 시대 한국 문학이 꿈꾸어야 할 미래는 어쩌면 그처럼 소박하지만 가장 지속 가능한 생태계에서 시작될 것이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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