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인류 공동의 과제로 떠오른 시대. 문학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한국산림문학회(이사장 김선길)는 그 질문에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답했다.
시를 쓰는 손으로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마음으로 문학을 엮었다. 그 결실이 바로 문학인 나무심기 기념문집 제6권 <나무, 그 언어의 무늬>(문학의 숲)이다.
이번 문집은 단순한 동인지가 아니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향한 문학인의 실천 선언이자, 자연과 인간,= 숲과 문학, 그리고 남북의 평화를 함께 품은 시대의 기록이다.
제81회 식목일, 문학인들이 심은 것은 나무만이 아니었다
지난 식목일, 경기도 파주 임진강변 남북산림교류센터. 전국에서 모인 문인들은 삽을 들고 나라꽃 무궁화를 심었다.
겉으로는 한 그루의 나무였지만, 그 속에는 훨씬 큰 의미가 담겨 있었다.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남북이 함께 숲을 이루기를 바라는 염원. 2050 탄소중립을 향한 실천. 그리고 문학이 사회적 책임을 함께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날 심어진 무궁화는 단순한 식목 행사가 아니라 문학인의 양심이자 미래 세대에게 보내는 희망의 편지였다.
<나무, 그 언어의 무늬>… 생태문학의 새로운 이정표
7월 5일 발간된 <나무, 그 언어의 무늬>는 문학인 나무심기 기념문집으로는 여섯 번째 결실이다. 이번 문집에는 문인 75명이 참여했다.
시 42편, 시조 10편, 수필 22편, 동화 1편이 실려 있으며, 국제PEN한국본부 심상옥 이사장의 축시를 비롯해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수필가협회, 세계전통시인협회한국본부, 한국아동청소년문학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등 주요 문학단체장들의 작품과 축사가 함께 수록됐다.
산림문학이 특정 장르를 넘어 한국 문단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문학운동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립수목원 세밀화와 친환경 종이… 책 한 권에도 숲을 담다
이번 문집의 가장 큰 특징은 국립수목원이 제공한 나무 세밀화를 활용한 디자인이다. 식물학적 정확성과 예술성이 결합된 세밀화는 문학과 자연이 하나의 언어로 만나는 특별한 미감을 선사한다.
출판 방식 또한 의미가 깊다. 표지와 본문 모두 FSC 산림인증 재활용 용지를 사용해 친환경 출판을 실천했다. 책의 내용뿐 아니라 제작 과정까지 탄소중립의 가치를 담아낸 것이다.
문학이 숲을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숲을 지키는 방식까지 고민한 결과이다.
무궁화, 한반도의 평화를 피우다
이번 문집의 중심에는 나라꽃 무궁화가 있다. 무궁화는 수없이 피고 지면서도 다시 피어난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무궁화를 인내와 생명력, 희망의 상징으로 받아들여 왔다.
이번 문집에서 무궁화는 꽃을 넘어 평화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났다. 임진강변에 심어진 무궁화는 언젠가 남과 북을 하나의 숲으로 이어줄 희망의 씨앗이 되기를 바라는 문학인들의 염원을 품고 있다.
허영자 시인의 축시 '무궁화 지도'는 이러한 의미를 아름답게 노래한다.
"오늘 임진강 너머 북한 땅을 건너보며 / 파주 언덕에 문사들이 심는 나라꽃 무궁화 / 갈라진 땅을 하나로 묶는 고운 끈이 되거라."
짧은 시구이지만, 분단과 화해, 생명과 미래를 함께 품은 깊은 울림을 전한다.

김선길 이사장 "무궁화는 문단의 화합이며 통일의 상징"
김선길 한국산림문학회 이사장은 발간사에서 "문단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함께 나라꽃 무궁화를 심은 것은 문단의 화합과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뜻"이라며 "무궁화가 상징하는 인내와 끈질김처럼 이 문집이 남북 평화와 국민적 화합의 염원을 전하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학을 통해 숲을 심고, 숲을 통해 평화를 꿈꾸는 한국산림문학회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메시지다.
"문학과 숲이 함께 자라야 한다"
박은식 산림청장은 축사를 통해 "문학인들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나무심기에 참여하고 그 의미를 문집으로 남긴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문학과 숲이 함께 성장하여 국민 모두에게 희망과 감동을 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도 "작품 한 편을 빚는 일은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를 깨우는 일과 같다"며 문학과 숲의 닮은 생명력을 강조했다.
<나무, 나를 철들게 하다>에서 <나무, 그 언어의 무늬>까지
한국산림문학회는 매년 문학인 나무심기를 이어오며 이를 기념문집으로 남겨 왔다. 지난해 발간된 <나무, 나를 철들게 하다>가 나무를 통해 인간의 성숙을 이야기했다면, 올해 <나무, 그 언어의 무늬>는 그 시선을 한 걸음 더 확장해 숲과 평화, 탄소중립, 생태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이야기한다.
나무는 더 이상 문학의 소재가 아니라 문학이 함께 지켜야 할 생명의 주체가 되었고, 산림문학은 자연을 노래하는 장르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문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문학은 가장 오래 살아남는 나무를 심는다 나무는 수십 년, 수백 년을 살아간다. 그러나 한 편의 시는 그보다 더 오래 사람의 마음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문학인이 심는 나무는 두 그루이다. 한 그루는 숲에 심는 나무이고, 또 한 그루는 사람의 마음속에 심는 언어의 나무이다. <나무, 그 언어의 무늬>는 바로 그 두 번째 숲을 가꾸는 책이다.
기후위기는 과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운동만의 과제도 아니다. 인간의 삶과 가치관, 문화와 예술이 함께 바뀌어야 해결할 수 있는 시대적 과제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산림문학회가 6년째 이어오고 있는 문학인 나무심기와 기념문집 발간은 단순한 문학 행사를 넘어선 문화운동이며 생명운동이다.
나무를 심는 일은 오늘을 위한 일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약속이다. 문학을 쓰는 일 역시 지금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남기는 일이다. 숲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그루의 나무가 숲이 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듯, 한 권의 문집도 수많은 문인의 사유와 실천이 모여야 비로소 완성된다.
<나무, 그 언어의 무늬>는 그 긴 시간을 품은 한 권의 숲이다. 그 숲에서 우리는 나무의 언어를 배우고, 생명의 무늬를 읽으며, 탄소중립과 평화, 공존이라는 미래의 길을 다시 만난다.
문학은 오늘도 조용히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있다. 그 나무가 언젠가 울창한 숲이 되어 우리의 내일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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