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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 문학교류 기획] 20년의 번역, 한 세기의 울림…'진달래꽃'이 다시 베트남에서 피어나다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출간 100주년 기념 한·베 이중언어 개정판 출간
한국 서정시의 영원한 고전, 메콩강을 건너 새로운 백 년을 열다
한국어가 선택한 사람, 레땅환 박사, <진달래꽃> 베트남어판 번역 20년


(서울·하노이=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 권의 시집이 백 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꽃을 피웠다.

1925년 출간된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출간 100주년을 맞아 한국과 베트남에서 한글·베트남어 개정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번 개정판은 2004년 베트남 최초의 한국 시집 원전 번역 이후 20여 년 동안 번역을 다듬고 연구를 거듭해 온 베트남 한국학자 레땅환(Lê Đăng Hoan) 박사의 집념과 헌신이 빚어낸 결실이다.

이는 단순한 재출판이 아니다. 한 세기 동안 한국인의 마음을 어루만져 온 <진달래꽃>이 베트남 독자들의 언어와 감성 속에서 다시 피어난 문화사적 사건이며, 한·베 문학교류가 성숙의 단계로 들어섰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이정표이기도 하다.


백 년 동안 한국인의 마음을 품어온 한 권의 시집

대한민국 현대시를 이야기하면서 김소월을 빼놓을 수 없다. 1902년 평안북도 구성에서 태어난 그는 서른셋의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아름답게 노래한 시인으로 기억된다.

그의 유일한 시집 <진달래꽃>은 1925년 매문사에서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독자들의 곁을 떠난 적이 없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첫 구절만으로도 누구나 이어 읊을 수 있는 '진달래꽃'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진달래꽃>의 가치는 단순한 대중적 인기에 있지 않다.

일제강점기의 아픔 속에서도 사랑과 이별, 기다림과 그리움, 그리고 민족의 깊은 슬픔을 민요조의 아름다운 운율 속에 담아낸 김소월의 시는 한국 서정시의 원형이 되었고,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문학적 유산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도 그의 시가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마음,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상실을 견디는 마음은 국적과 시대를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서정시의 정점, 그리고 세계문학으로의 확장

김소월의 시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이다. 그의 시 속에는 한국인의 '한(恨)'과 '정(情)'이 흐르지만, 그 감정은 특정 민족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별 앞에서 담담히 꽃을 뿌리는 마음, 떠나는 이를 원망하기보다 축복하는 마음은 세계 어느 나라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그래서 <진달래꽃>은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왔으며, 이제 베트남어 개정판을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다.

번역은 단순히 언어를 옮기는 작업이 아니다. 한 문화의 기억을 다른 문화의 마음속에 심는 일이며, 한 나라의 정서를 다른 나라의 독자와 함께 나누는 창조적 행위다.

이번 개정판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한·베 문화교류를 상징하는 뜻깊은 결실이라 할 수 있다.

100주년을 맞아 다시 피어난 <진달래꽃>

이번 개정판은 2004년 베트남에서 처음 출간된 <진달래꽃>을 바탕으로 언어와 표현을 전면적으로 다듬고, 기존 수록작 외에 20편을 새롭게 번역하여 모두 100편의 작품을 담았다.

'100주년'과 '100편의 시'. 이 상징적인 숫자는 우연이 아니라 김소월 문학을 더욱 온전한 모습으로 베트남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 번역자의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이번 개정판은 한국어와 베트남어를 함께 수록한 이중언어판으로 출간되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과 연구자, 그리고 일반 독자 모두에게 귀중한 문학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종환 시인 "문학이 이룰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마음의 외교"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자 시인인 도종환은 축사를 통해 이번 출간을 "문학이 이룰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마음의 외교"라고 평가했다.

그는 "<진달래꽃>은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인의 마음을 어루만져온 문학적 고향"이라며, "이 시집이 베트남 독자들의 언어로 다시 피어난다는 것은 양국의 젊은 세대가 서로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진달래꽃>이 서울과 하노이를 넘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문화·교육 교류의 영원한 이정표가 되기를 기원하며, 번역과 출판에 헌신한 레땅환 박사와 관계자들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했다.

도종환 시인의 축사는 <진달래꽃>이 더 이상 한 나라만의 시집이 아니라, 두 나라가 함께 읽고 함께 기억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학은 시간을 이기고, 번역은 국경을 넘는다. 백 년 전 평안북도에서 피어난 한 송이 진달래는 이제 홍강과 메콩강의 바람을 만나 또 다른 향기를 품기 시작했다.

시인은 한 권의 시집을 남겼고, 번역자는 그 시집에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진달래꽃>은 더 이상 과거의 고전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도 새로운 독자를 만나며 살아 숨 쉬는 현재의 문학이고,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가장 아름다운 문화의 다리이다.


한국어가 선택한 사람, 레땅환 박사… 평생을 한국문학 번역에 바친 베트남 석학의 아름다운 여정

<진달래꽃> 베트남어판 번역 20년, "한국어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한국어가 나를 선택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때로 한 권의 책이고, 때로는 한 언어다. 베트남의 한국학자 레땅환(Lê Đăng Hoan) 박사에게는 한국어가 그랬다.

공학도를 꿈꾸던 청년은 한국어를 만나 평생을 한국문학과 함께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베트남 독자들에게 전하며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문학의 다리를 놓았다.

운명처럼 시작된 한국어와의 인연


1944년생인 레땅환 박사는 1964년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당초 소련 유학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국제정세의 변화로 행선지가 평양으로 바뀌었다.

김일성종합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익히고, 김책공업종합대학과 모스크바 공대에서 야금공학을 전공한 그는 훗날 "내가 한국어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한국어가 나를 선택했다"고 회고한다.

공학은 그의 직업을 만들었지만, 한국어는 그의 삶을 만들었다.

서울에서 만난 <진달래꽃>

1996년부터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학을 강의한 그는 베트남 한국학의 기틀을 다진 대표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2002년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초청으로 서울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던 중 선물 받은 한 권의 시집이 그의 삶을 다시 바꾸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이었다. 그는 김소월의 시에서 베트남인의 정서와 닮은 그리움, 사랑, 민족애를 발견했다.

"한국 시에는 베트남 시와 닮은 애국심과 서정성, 역사의 아픔을 견디는 정신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그는 한국 시를 베트남에 소개하는 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받아들였다.

번역은 또 하나의 창작이었다


2004년 한국외국어대학교 김기태 교수와 함께 펴낸 <진달래꽃>은 베트남 최초의 한국 시집 원전 번역본이었다. 당시만 해도 베트남에는 한국 시를 직접 번역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그는 단순히 단어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았다. 민요조 운율, 한국인의 '한', 소월 특유의 절제된 아름다움을 베트남어 속에서도 살아 숨 쉬게 하기 위해 수없이 원고를 고치고 다듬었다.

20년이 흐른 뒤 그는 다시 원고를 펼쳤다.

"그때보다 지금이 한국 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개정판에는 기존 작품 외에 스무 편을 추가하여 모두 100편의 시를 수록했다. 출간 100주년과 100편의 작품. 그 상징성은 번역자의 오랜 헌신을 말없이 증명한다.



한국문학의 가장 든든한 전도사

레땅환 박사의 공헌은 <진달래꽃>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한용운, 정지용, 김영랑, 염상섭, 고은, 도종환, 김용재, 김민정, 김유제 시인 등 한국의 대표 문인들의 시집을 꾸준히 베트남어로 번역·출판해 베트남에 소개하며 양국 문학교류의 지평을 넓혀 왔다.

현재 그는 베트남작가협회와 하노이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외국문학심사위원회 위원, 하노이 폴리텍대학교(Hanoi Polytechnic College) 고급고문으로서 후학 양성과 한국학 발전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의 번역은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두 나라의 마음을 이어주는 문화외교였다.

좋은 번역가는 언어를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문화를 이어주는 사람이다. 레땅환 박사의 삶은 그것을 증명한다.

그는 공학자의 치밀함으로 문장을 다듬었고, 시인의 감성으로 한국인의 마음을 베트남 독자들에게 전했다. 그의 번역은 활자를 옮긴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정서를 메콩강까지 실어 나른 아름다운 항해였다.

<진달래꽃>이 서울에서 하노이까지… 문학이 국경을 넘어 피워낸 백 년의 향기
출간 100주년 기념 개정판…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가장 아름다운 '마음의 외교'


시는 언어를 넘어 마음으로 읽힌다. 백 년 전 평안북도에서 피어난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이제 홍강과 메콩강을 따라 또 다른 봄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개정판은 한 권의 시집을 다시 펴낸 일이 아니라, 문학이 국경을 넘어 새로운 생명을 얻는 문화사적 사건이다.

도종환 시인이 말한 '마음의 외교'

도종환 시인은 축사에서 <진달래꽃>을 "한국인의 문학적 고향"이라 표현했다.

그는 "이 시집이 베트남 독자들의 언어로 다시 피어난다는 것은 문학이 이룰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마음의 외교"라고 평가했다.

정치와 경제가 국가를 연결한다면 문학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한다. 도종환 시인의 축사는 이번 출간이 단순한 번역사업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문화유산임을 일깨워 준다.

'백 년의 향기'를 꿈꾸는 레땅환 박사

머리말에서 레땅환 박사는 2004년 초판 번역에 대한 아쉬움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20년 동안 한국문학을 연구하며 그는 번역도 함께 성장했다고 말한다. 이번 개정판은 처음부터 다시 번역한다는 마음으로 언어 하나, 표현 하나까지 새롭게 다듬었다.

그는 바란다. "<진달래꽃>이 사랑과 이별, 그리움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품고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백 년의 향기가 되기를." 그 한마디에는 번역가의 평생이 담겨 있다. 문학은 국경을 넘는다 한국과 베트남은 아픈 근현대사를 경험한 나라다.

전쟁과 분단, 식민의 상처를 지나온 두 나라의 독자들은 김소월의 시에서 서로 닮은 감정을 발견한다. 그리움은 언어가 달라도 같은 눈물을 흘리고, 사랑은 국적이 달라도 같은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진달래꽃>은 번역되는 순간 새로운 작품이 아니라 같은 마음을 나누는 공동의 문학이 된다.


새로운 백 년을 향하여

이번 개정판은 한국문학 세계화의 또 하나의 이정표다. 한 권의 시집이 한국어 학습자들의 교재가 되고, 한국학 연구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며, 젊은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는 문화의 창이 된다.

문학은 느리지만 오래간다. 그리고 한 편의 시는 한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한 권의 시집은 한 시대의 문화를 바꾼다. <진달래꽃>은 이제 한국만의 고전이 아니라 한국과 베트남이 함께 읽는 동아시아의 문화유산으로 새로운 백 년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백 년 전 김소월은 한 송이 진달래꽃을 피웠다. 그리고 백 년이 지난 오늘, 레땅환 박사는 그 꽃을 베트남의 언어로 다시 피워냈다.

한 사람은 시를 남겼고, 또 한 사람은 그 시가 국경을 넘어 다시 살아 숨 쉬도록 길을 열었다. 번역은 언어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이어주는 일이다.

서울에서 피어난 진달래는 이제 하노이와 하이퐁, 다낭을 지나 메콩강까지 향기를 전하고 있다. 한 세기의 울림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새로운 백 년의 시작이다.

그 새로운 여정의 첫 장에는 한국을 사랑한 한 베트남 학자, 레땅환 박사의 이름이 오래도록 빛날 것이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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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현 수필가, 신작 수필집 <유명하지 않은 행복> 출간… "이름 없이 지나간 순간들이 삶을 가장 오래 붙든다"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 수필문단을 대표하는 수필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최원현(호 늘샘) 작가가 신작 수필집 <유명하지 않은 행복>(북나비 刊)을 출간했다. 이번 작품집은 40여 년 동안 수필 창작과 비평, 문학교육에 헌신해 온 작가가 삶의 가장 평범한 순간들을 문학으로 길어 올린 열다섯 번째가 아닌 스물다섯 번째 수필집으로, 모두 5부 54편의 작품을 담고 있다. '유명하지 않은 행복'이라는 제목부터 역설적이다. 성공과 명예, 유명세를 좇는 시대에 작가는 오히려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래도록 마음을 데우는 작은 행복을 이야기한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지금에 생각해 보니 내 삶의 9할은 사랑의 빚이었다."고 고백한다. 이어 "이름 없이 지나갔던 어떤 순간, 그러나 지금도 마음를 데우고 있는 기억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며 이 책을 펴낸 이유를 설명한다. 결국 이 수필집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지만 미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던 평범한 삶의 풍경들을 기록한 문학적 자서전이라 할 만하다. 사물이 말을 걸어오는 문학 최원현 수필의 가장 큰 특징은 평범한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시선이다. 장독대의 항아리, 오래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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