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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달 연작소설 <미결인간> 출간… '미결'이라는 존재론적 상태에 대한 문학적 탐구

구치소의 정지된 시간 속에서 인간을 묻다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소설가 김성달의 연작소설 <미결인간>이 도서출판 도화에서 출간됐다.

중편 1편과 단편 6편으로 구성된 이 연작소설은 구치소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미결수들의 삶과 내면을 밀도 있게 포착하며, 단순한 범죄 서사를 넘어 인간 존재와 존엄,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이라는 실존적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이다.

'미결수'란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치소에 수감된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미결'은 단순한 법적 상태를 넘어선 하나의 존재론적 상태로 확장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죄와 무죄의 경계에서 불안과 고립 속에 머물러 있으며, 그 시간은 흐르지 않는 시간, 즉 정지된 시간으로 형상화된다. 작가는 이 정지된 시간을 통해 인간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붕괴시키며, 또 어떻게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연작소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미결인간 K>는 구치소에서 선고를 기다리는 한 공학도의 이야기다. 그는 양아버지가 운영하던 시설에서 감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고, 1년 4개월의 미결수 생활 끝에 선고 공판을 받게 된다.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감시 카메라의 '검은 눈'은 단순한 물리적 감시 장치를 넘어, 인간을 끊임없이 규정하고 판단하는 사회의 시선을 상징한다.

K는 구치소에서의 시간을 통해 이전까지 살아보지 못한 인간의 시간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과 마주하게 된다.

'미결인간 N', 'O', 'S, 'U', 'Y', 'P'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각기 다른 삶의 사연을 지니고 있지만, 그들의 삶을 구치소로 끌어들인 가장 큰 원인은 대체로 돈과 관련된 사회 구조적 문제에 닿아 있다. 작가는 이들을 단죄하거나 변호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처한 조건과 시간, 기억과 후회, 가족과 사랑의 문제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이 작품에서 구치소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구조이자 장치로 기능한다. 사회적 역할과 관계로부터 분리된 인간이 오직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공간, 시간의 흐름이 비정상적으로 지연되는 공간, 기억은 반복되고 후회는 증식하며 미래는 지워지고 현재만 남는 공간. 그곳에서 인간은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묻게 된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미결'이라는 개념을 인간 존재 전체로 확장한다. 결국 우리는 모두 어떤 의미에서 아직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삶,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유성호는 해설에서 "<미결인간>의 '미결인간'은 미해결의 인간이기도 하고, 미결정의 인간이기도 하며, 우리가 끝없이 해석해가야 할 미답의 인간"이라며 "우리 삶을 심도 있게 음각한 사실적 도록이자, 가장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묻는 심리적 법정"이라고 평했다.

소설가 방현석 역시 추천사를 통해 "초연결 디지털 문명 시대에 미결상태로 떠도는 인간의 정처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이 오래 남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경북 영덕 출생의 김성달 작가는 <한국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 <환풍기와 달>, <낙타의 시간>, <이사 간다> 등을 발표해 왔다.

조연현문학상, 한국문인협회작가상, 아시아문학상 우수상,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소설가협회와 한국문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책 말미 '작가의 말'에서 "연작소설 <미결인간>은 애처로운 사람들의 애처로운 이야기"라며 "앞으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같은 소설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미결인간>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판결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이 소설은 판결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아직 끝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미결인간'인지도 모른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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