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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집에서 시의 새해를 열다… 한국현대시인협회, 한글회관 이전 후 첫 신년하례식

광화문 한글회관에서 100여 명 시인 한자리에… 주시경의 한글사랑 위에 올린 시의 시간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병오년 붉은 말띠해를 맞아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장 제갈정웅)의 2026년 신년하례식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한글회관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정유준 사무총장을 비롯한 협회 사무처 임원과 이승복 부이사장 등 부이사장단,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여 명의 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언어와 시의 새해를 여는 뜻깊은 인사를 나눴다.

이번 신년하례식은 한국현대시인협회가 최근 사무실을 한글회관으로 이전한 이후 처음 열린 공식 행사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더했다. 한글회관은 한국어 연구와 보급, 민족어 수호 운동의 중심지로서 근대 국어학의 역사와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하례식에서는 함동선 원로 시인이 회고의 축사를 맡았다. 올해 96세의 말띠해 태생임을 소개하자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가 이어졌다. 함 시인은 자신의 문학 인생과 시대의 굴곡을 담담히 되짚으며 후배 시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어 함동선 원로 시인을 비롯 오동춘 짚신문학회장(90), 제갈정웅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손해일 전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김유조 코리안드림문학회 회장 등이 함께 떡 절단식을 진행하며 새해의 안녕과 문운(文運)을 기원했다.


한글회관 308호에 마련된 한국현대시인협회의 새 사무실에는 이전을 기념해 집기와 물품을 기증한 시인들의 이름을 새긴 명판이 부착돼 있다. 이는 개인의 후원과 공로를 기리는 차원을 넘어, 문학 공동체의 연대와 자발적 헌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 장치로, 사무실을 찾는 이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전한다.

한글회관은 단순한 행사 공간을 넘어, 한국어와 한국 문학의 정신적 뿌리가 서린 상징적 장소다. 근대 국어학의 태동과 함께 한글 연구와 보급, 민족어 수호 운동의 중심 역할을 해왔으며,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를 거치며 한글학자들과 문인들의 숨결이 켜켜이 쌓인 역사적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곳은 '한글이 곧 민족의 혼'임을 몸소 실천한 주시경 선생의 한글사랑이 깃든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시경 선생은 한글을 단순한 문자 체계가 아닌, 민족의 사유와 감정, 삶의 방식이 담긴 살아 있는 언어로 인식하며 평생을 한글 연구와 보급에 헌신했다.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른다'는 신념 아래 한글 문법 체계를 정립하고 국어 교육의 토대를 마련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가 이 한글회관으로 사무실을 이전한 것은 단순한 공간 이동을 넘어, 한국 시문학이 언어의 근원과 다시 맞닿겠다는 상징적 선언으로 읽힌다.

제갈정웅 이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한글회관은 시인이 언어 앞에 다시 서게 만드는 공간"이라며 "주시경 선생의 한글사랑이 오늘의 시문학으로 이어지는 지점에서 협회의 새 출발이 이뤄진 점이 뜻깊다"고 말했다.

행사 후에는 추첨을 통해 다양한 기념품이 전달됐으며, 인근 식당에서 오찬 자리가 이어졌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문우들은 건배를 나누며 문학과 삶,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참석자들은 "한글의 집에서 맞은 새해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의미를 되새겼다.

한국현대시인협회는 앞으로 한글회관을 거점으로 시 창작과 비평, 낭송과 교류를 아우르는 다양한 문학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글의 역사성과 시의 현재성이 만나는 이 공간에서, 협회는 한국 시문학의 다음 시간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준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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