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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아침] 남상광 시인의 시 '모두가 바다이니라'… 흔들림을 견디는 언어

그리움의 방향을 되묻는 시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우리는 종종 바다를 그리워한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삶이 버거울 때 바다는 언제나 도피처처럼 호출된다. 그러나 남상광 시인은 말한다. 그리워하지 말라고. 이미 세상 모두가 바다라고. 그의 시는 멀리 있는 풍경 대신, 지금 여기의 삶을 바다로 다시 읽게 한다.[편집자 주]

모두가 바다이니라

- 남상광 시인

바다를 그리워하는 이여
그리워하지 마라
막걸리 가득 찬 밑두리 까진 막사발
피아노 선율 새어나오는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 뒷골방
모두가 바다이니라
낭만시인이 흥을 이기지 못하고 씨불여 놓은
욕설 섞인 시 한 수까지
모두가 바다이니라

바다를 그리워하는 이여
세상 모두가 바다이니라
늙은 어머니가 꾸부정하게 끓여 놓은
식어빠진 된장 뚝배기까지
모두가 바다이니라
그 중의 가장 큰 바다는
당연 사랑일지니
빠져 죽어도, 헤어나지 못해도 좋을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을 그 사랑

바다를 그리워하는 이여


- 국제계관시인연합 한국본부 발행 <Poetry Korea> 20호에서

■ 영역시

Everything Is the Sea

- Nam Sang-kwang / Trans. Woo Hyeong-sook

Oh, you who long for the sea,
do not long for it.
A cracked-bottom bowl, full of fermented rice wine,
and a tiny back room in a row of closely packed shanties
from which a piano’s melody seeps;
all of these are the sea.
Even a cursed poem,
scrawled in a romantic poet’s passion,
is th

Oh, you who long for the sea,
everything in the world is the sea.
Even the earthenware pot of now-cold soybean paste soup,
cooked by your old mother, bent and weary,
is the sea.
And among all seas, the greatest, of course, is love
love in which you may drown,
love from which you need not escape,
love so fierce that even striking it down would not suffice.

Oh, you who long for the sea.

Nam Sang-kwang

He debuted as a poet through the magazine Poetry Literature. He has published several poetry collections, including Even Meetings Have Shadows, and a poetic essay collection titled Love Is an Endless Tremor. He has received the Pureun Poetry Award.

작품 감상·해설 / 장건섭 시인(본지 편집국장)

바다라는 이름의 삶

남상광 시인의 '모두가 바다이니라'는 바다를 노래하면서도, 정작 바다를 떠나지 말라고 말하는 시다. 이 역설에서 시는 시작된다. 그가 말하는 바다는 풍경이 아니라 상태이며, 장소가 아니라 삶 그 자체다.

막걸리가 가득 찬 막사발, 판잣집 뒷골방에서 새어 나오는 피아노 선율, 흥에 겨워 욕설 섞어 내뱉은 낭만시인의 시 한 수까지…. 이 모든 것이 바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시는 고급과 저급, 숭고와 비루의 경계를 단번에 허문다. 바다는 멀리 있는 자연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발 딛고 서 있는 삶의 총체다.

특히 이 시의 힘은 '그리움'을 부정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바다를 그리워하지 마라"는 선언은, 우리가 자주 이상화하는 어떤 세계를 향한 도피를 거부하는 말이기도 하다.

시인은 그 대신 지금 여기의 삶, 식어버린 된장 뚝배기와 꾸부정한 어머니의 몸짓 속에서 바다를 발견하라고 말한다. 바다는 넘실대는 낭만이 아니라, 오래 버텨온 생의 깊이다.

시의 후반부에서 사랑은 '가장 큰 바다'로 제시된다. 빠져 죽어도 좋고, 헤어나지 못해도 좋으며,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을 사랑…. 이 과격한 진술은 사랑의 폭력성과 절대성을 동시에 끌어안는다. 남상광의 사랑은 미화되지 않는다. 그것은 생처럼 거칠고, 바다처럼 사람을 삼키는 힘을 지닌다.

이 시에서 바다는 결국 은유가 아니다. 바다는 선언이며, 세계관이다. 세상 모두가 바다라는 이 단순하고도 과감한 명제는, 삶의 어느 한 지점도 하찮게 보지 않겠다는 시인의 태도이자, 시가 도달할 수 있는 윤리의 자리다.

남상광 시인의 시에는 언제나 삶의 바닥이 있다. 그는 사랑을 말할 때조차 그것을 흔들림으로 규정한다. <사랑은 끊임없는 흔들림이다>라는 시에세이집의 제목처럼, 그의 문학은 안정된 의미보다 흔들리는 상태를 정직하게 붙잡는다.

'모두가 바다이니라'는 그런 그의 시 세계가 가장 응축된 작품 중 하나다. 이 시에서 바다는 위로가 아니라 인식이며, 탈출구가 아니라 감내해야 할 세계다. 시인은 독자에게 다른 곳을 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발 딛고 있는 자리의 깊이를 다시 보라고 말할 뿐이다.

그래서 이 시는 선언적이면서도 따뜻하고, 거칠면서도 깊다. 남상광의 시가 오래 남는 이유는, 그가 삶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외면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상관 시인

남상광 시인은 천안고등학교와 충남대학교를 졸업했으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를 수료했다.

2012년 공동시집 <시인들의 외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14년 월간 <시문학> 신인작품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시집 <지뢰 같은 사랑>과 <빵인(人)을 위하여>를 펴내며 삶의 현장과 사랑의 흔들림을 정직한 언어로 그려왔고, 시에세이집 <사랑은 끊임없는 흔들림이다>로 2020년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대전시·대전문화재단·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창작지원금을 받았으며, 2021년에는 대전문학관 선정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호서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문예지 <호서문학> 주간을 역임하는 등 지역 문학 현장에서 꾸준한 문학적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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