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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가짜 추천기관의 유혹, 그리고 한강 작가가 보여준 진짜 길

한국 문학, 세계와 연결되는 진짜 통로는 무엇인가?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편집국장 = 매년 전 세계 문학계가 숨죽이는 노벨문학상 시즌이 돌아오면, 한국 문단에도 기대와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공식 추천권이 없는 현실에서 일부 단체가 '노벨문학상 추천기관'을 자처하며 문인들을 현혹하는 일이 벌어진다. 진짜 한국 문학의 세계 진출은 어디에 있으며, 한강 작가가 보여준 진정한 길은 무엇인지 살펴본다.[편집자주]

가을마다 되살아나는 질문이 있다. 매년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스웨덴 아카데미 회관 앞에는 전 세계 언론과 문학인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올해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한국 문단도 예외가 아니다. 온라인과 신문, 방송에서는 "한국 작가가 유력하다"는 기대 섞인 추측이 돌지만, 정작 한국에는 '노벨문학상 후보를 공식 추천하는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후보자와 추천인의 명단은 50년간 비공개된다. 이 때문에 누가 한국 작가를 추천했는지, 또 몇 차례 추천이 이뤄졌는지는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

이 비공개 원칙을 악용해 일부 단체나 개인이 '우리는 노벨문학상 추천기구'라고 내세우며 문인들을 현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들은 추천 절차와 관계없는 회원 가입이나 상장, 행사 참여를 미끼로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문학계 원로들은 "공식 추천권이 없는 단체가 추천을 보장한다고 하는 것은 허위"라며, 창작 의욕을 돈으로 사고파는 왜곡된 행태를 우려한다.

그러나 한국 문학이 세계의 문을 열어가는 길은 결코 이런 속임수에 있지 않다. 지난해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여정이 그 증거다.

노벨문학상 후보 추천은 스웨덴 아카데미가 철저히 관리하며, 추천권은 극소수, 즉 아카데미 회원, 해외 유수 대학 문학 교수, 전 수상자, 주요 작가 단체 대표에게만 주어진다.

후보자와 추천인의 정보는 50년간 비공개로 묶인다. 그런데 한국의 일부 단체는 이러한 절차를 왜곡해 "우리가 추천권을 가진다"며 문인을 현혹한다.

이는 문학의 품격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창작자의 열망을 이용한 기만이다.

그렇다고 한국 문학단체들이 무기력한 것은 아니다. 한국 문학의 진짜 해외 진출은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공식 추천권'과는 별개로, 국제 네트워크와 문학 교류를 통해 세계 문단에서 한국 문학의 존재감을 키우는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사단법인 국제PEN한국본부는 해외 PEN 대회 참가, 번역·출판 협력, 인권 캠페인을 통해 작가들의 목소리를 세계와 공유해 왔다. 1923년 설립된 국제PEN의 한국 지부로, 표현의 자유 수호와 문학인의 국제 교류에 앞장서 왔다.

매년 세계 각국의 PEN 대회에 한국 작가를 파견하고, 해외 작가와의 번역·출판 협력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직접 추천권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PEN의 국제 인맥과 교류 채널은 추천권자와의 접점을 만드는 중요한 장이 되고 있다.

역시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는 국내 창작 환경을 강화하고 국제 교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왔다. 국내 최대 규모의 문학인 단체로, 전국 지부를 통해 문학 교육·창작 지원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해외 한인 문학인과의 교류, 국제 문학행사 개최 등을 통해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 노벨문학상 추천권은 없지만, 작가 발굴과 창작 인프라 확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은 수많은 작품을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해 해외에 소개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2024년,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성취가 탄생했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한강을 "역사적 상처와 인간 존재의 나약함을 정면으로 응시한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평가했다.

<채식주의자>로 이미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그는 <소년이 온다>로 1980년 광주를 증언했고, <희랍어 시>와 <작별하지 않는다>로 역사적 비극과 인간 회복을 탐구했다.

한강의 수상은 한 사람의 영광을 넘어, 한국 문학 전체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한강 작가는 1993년 시인으로 등단했지만, 이후 주로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을 집필해 왔다.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통해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들에 맞서고, 모든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그는 몸과 영혼, 산 자와 죽은 자의 연결에 대한 독창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을 이끌었다.

그의 작품으로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우리는 헤어지지 않는다> 등이 있다.

국내외 서점에서 그의 작품은 품절 사태를 빚었고, 번역 요청이 쇄도했다. 그 여정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수십 년간의 창작, 번역, 교류가 축적된 결실이었다.

노벨문학상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입장권'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깊은 사유와 진실한 언어, 그리고 이를 세계와 나누는 꾸준한 노력이 빚어내는 성과다. 한강 작가가 보여준 길은 분명하다. 문학의 세계화는 허황된 추천이 아니라, 진짜 문학과 진짜 연대에 달려 있다.

거짓 추천은 한때의 환상일 뿐이지만, 진짜 문학은 세상을 움직이는 영원한 증언이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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