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국가연합정원 한국문화공원에 설치될 최초의 세종대왕 석상이 충남 보령에서 제작되고 있다. 이번 작업은 단순한 조형물 제작을 넘어, 한글 창제 정신과 한국 전통 석조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국제 문화예술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 [편집자 주]

(보령·클리블랜드=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국가연합정원 한국문화공원에 설치될 최초의 세종대왕 석상이 충남 보령에서 제작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세종대왕 석상 제작은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한인회(회장 문종대)가 추진하는 한국정원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10월 현지 국가연합정원 내 한국문화공원에 설치될 예정이다.

석상 제작은 무형문화유산 석공예 이수자이자 석수장인, 도자기·벼루 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유제 시인이 맡았다. 작업에는 고석산 대한민국 무형문화유산 제48호 보령석장 기능보유자와 국가기능올림픽 석공예 부문 금메달리스트인 신동업 장인이 함께 참여해 한국 전통 석조예술의 정수를 선보이고 있다.
김유제 시인은 충남 보령시 미산면 봉성리에 위치한 지석석공예예술원에서 경북 경주시 남산석을 사용해 세종대왕 석상을 현대적 감각으로 제작 중이다. 경주 남산석은 오랜 세월 한국 불교조각과 석조문화에 사용돼 온 재료로, 깊고 단단한 질감과 은은한 색감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 작업은 단순한 기념 조형물을 넘어, 한국 전통 석조문화의 맥을 계승하면서 한글 창제 정신과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예술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더하고 있다.
세종대왕은 1443년 훈민정음을 창제해 1446년 반포함으로써 문자로부터 소외됐던 백성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성군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한문 중심의 문자 체계 속에서 백성들은 자신의 생각과 삶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세종은 이를 안타깝게 여겨 누구나 쉽게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문자를 만들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담긴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로 시작되는 창제 정신은 단순한 문자 발명을 넘어, 인간 존엄과 소통, 평등의 철학을 담고 있다. 한글은 오늘날 세계 언어학계에서도 과학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하고 있다.

클리블랜드 국가연합정원은 100여 년 전 미국의 석유재벌 존 D. 록펠러가 276에이커 규모의 부지를 기증하면서 조성된 세계적 문화공원이다. 현재 이곳에는 30여 개국의 문화정원이 들어서 있으며, 각 민족의 역사와 전통, 문화적 상징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이민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정원은 아직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이에 클리블랜드 한인사회는 세종대왕 석상을 중심으로 한 한국정원 조성을 추진하며, 한국인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긍심을 담아낼 공간 마련에 나섰다.
특히 한국정원 조성사업은 단순한 조경사업을 넘어, 한글과 한국 정신문화를 세계와 공유하는 상징적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클리블랜드 한인회는 한국정원을 통해 한인사회는 물론 미국 시민과 세계인이 함께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인회 측은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우리의 문화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정원을 조성해, 한인사회뿐 아니라 미국 시민과 세계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문화교류의 장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클리블랜드 한인회는 오는 7월 26일 오하이오주 힝클리 파인힐스 골프클럽에서 '한국정원 건립기금 모금 골프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는 세종대왕 석상 설치와 한국정원 조성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로, 지역 한인사회와 후원자들의 참여 속에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골프대회 홍보물에는 '한국정원에 건립될 세종대왕상' 이미지와 함께 “한글과 한국 문화를 세계와 나누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김유제 시인은 지난 4월 21일 진행된 '세종대왕 석상 제작 고사' 축문을 통해 "대한민국 석공예의 명성을 높이고, 최고의 문자인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정신을 세계 만방에 널리 알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유제 시인은 석공예 분야뿐 아니라 도자기와 벼루 연구 등 다양한 전통예술 영역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전통 공예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한국 문화유산의 세계화에 힘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유제 시인은 이번 세종대왕 석상 제작에 대해 다음과 같은 뜻을 밝혔다.
김 시인은 "세종대왕은 단지 조선의 임금이 아니라, 백성을 위해 가장 아름다운 문자를 창제한 인류 문화사의 위대한 스승"이라며 "돌을 다듬는 일은 단순히 형상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그 정신을 새기는 일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시인은 이어 "이번 세종대왕 석상에는 한글을 만든 애민(愛民)의 마음과 한국인의 정신, 그리고 우리 문화의 품격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함께 담아내고자 했다"며 "미국 클리블랜드 한국정원에 세워질 세종대왕상이 먼 타국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에게는 마음의 고향이 되고, 세계인들에게는 한국 문화와 한글의 위대함을 알리는 상징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김 시인은 특히 "돌은 오래 남는다"며 "수백 년 뒤에도 누군가 그 석상 앞에 서서 '한글을 만든 나라, 사람을 사랑한 왕이 있었구나' 하고 기억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보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시인은 "경주 남산석 특유의 깊고 따뜻한 질감을 살려 세종대왕의 인자한 품격과 학자의 정신이 함께 드러나도록 작업하고 있다"며 "전통 석공예의 혼과 현대적 조형미를 함께 담아 한국 석조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미국 땅에 세워질 세종대왕 석상은 단지 돌로 만든 조형물이 아니다.
그것은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든 한 왕의 애민 정신이자, 시대와 국경을 넘어 인간의 소통과 문화를 이어주는 한국 정신문화의 상징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정원 사이에 자리하게 될 한국정원은, 먼 타국에서 한국인의 뿌리와 정체성을 기억하는 문화의 숲이자, 한글의 아름다움과 한국인의 정신을 세계와 나누는 또 하나의 작은 대한민국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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