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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구수한 커피와 탱크

거리의 쓰레기보다 더 위험한 것은 타락한 사상과 무너진 양심이다
종교·교육·정치·자본의 부패를 향한 성찰… "커피는 죄가 없다"

거리의 테이크아웃 컵에서 시작된 사유가 인간의 사상과 사회의 타락으로 확장된다. 최창일 시인은 커피 한 잔조차 정치와 상업의 계산 속에서 소비되고 버려지는 오늘의 현실을 통해, 물질적 쓰레기를 넘어선 '정신적 공해'의 위험성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디오게네스에서 칸트, 키르케고르와 플라톤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의 사유를 빌려 인간의 책임과 자기 성찰의 필요성을 강하게 묻고 있다.
[편집자 주]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구수한 커피가 어느 날 '탱크'로 둔갑해 거리의 쓰레기가 되어 휘젓고 다니고 있다. 사람들의 발에 밟히고 자동차 바퀴에 치이며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이것들을 우리는 '쓰레기'라고 부른다.

그러나 쓰레기는 단순히 보기 싫은 시각적 불편함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공기를 더럽히고 토양을 오염시키며, 끝내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명백한 '공해(公害)'다.

물질 세계의 쓰레기가 환경을 파괴한다면, 정신적·사회적 세계의 쓰레기는 공동체의 근간을 흔든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대낮에 등불을 들고 아테네 거리를 헤매며 "사람을 찾고 있다"고 외쳤다.

수많은 인간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음에도 그가 정작 '인간다운 인간'을 찾지 못해 절망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외형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 내면의 가치와 사회적 책무를 상실한 채 살아가는 ‘인간 폐기물’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물질이 자리를 잃고 쓸모를 다하면 쓰레기가 되듯, 인간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잃어버릴 때 쓰레기로 전락한다. 특히 한 사회의 물적·영적·지적·권력적 자본을 쥐고 있는 기업인, 종교인, 교육자, 정치인의 타락은 길거리에 날리는 비닐봉지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치명적인 사회적 공해를 유발한다.

인간의 행동은 그의 생각, 즉 사상(思想)에서 비롯된다. 사상이 그릇되면 그 인간의 언행은 사회적 오물이 된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존 로크(1632~1704)는 인간의 마음을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깨끗한 백지, 즉 '타불라 라사(Tabula Rasa'’로 보았다.

이 백지 위에 어떤 경험을 채우고 어떤 사상을 형성하느냐에 따라 인간은 사회에 이바지하는 존재가 될 수도, 사회를 좀먹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그릇된 사상에 사로잡힌 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바람에 날리는 쓰레기와 같다. 근거 없는 비난, 혐오를 부추기는 선동, 개인의 영달만을 위한 궤변은 공동체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공해다.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1694~1778)는 "당신이 믿는 사상이 당신을 잔인하게 만들 수 있다면, 당신의 사상은 이미 그릇된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사상이 올바른 궤도를 이탈할 때 인간은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정신적 쓰레기’를 생산하기 시작한다.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1804)는 인간에게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 없는 도덕적 명령, 즉 '정언명령(Categorical Imperative)'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을 결코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언제나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일부 핵심 리더들은 이 정언명령을 외면한 채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고 스스로 쓰레기의 길을 걷고 있다.

오늘날 일부 종교인들은 성스러운 교단을 권력 세습과 재산 증식의 무대로 변질시켰다. 신의 이름을 빌려 대중을 현혹하고 차별을 조장하며 자신의 배를 불리는 종교인은 영적 지도자가 아니라 영혼을 갉아먹는 해충이다.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1813~1855)는 당대의 타락한 기독교를 향해 "종교가 제 역할을 못 하고 권력화될 때, 그것은 신에 대한 가장 추악한 모독이다"라고 매섭게 비판했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 불릴 만큼 한 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숭고한 영역이다. 그러나 제자들을 올바른 인간으로 길러내야 할 교육자가 입시와 학벌 카르텔에 편승하고, 연구비를 부정 수급하며, 권력을 이용해 제자의 성과를 가로챌 때 교육의 상아탑은 무너진다.

지식은 있으나 지혜와 양심이 없는 교육자는 인간을 찍어내는 공장의 기계와 다름없으며, 그들이 배출한 비뚤어진 지식인들 또한 또 다른 사회적 쓰레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를 다스리는 자는 사리사욕이 없어야 하며 오직 공동체의 안녕만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의 정치 또한 그 물음 앞에 서 있다.

나의 생각과 사상은 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있는가. 아니면 바람에 날리는 오물처럼 누군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기업인은 상생의 경제를, 종교인은 고결한 사랑을, 교육자는 진실한 가르침을, 정치인은 공공의 정의를 회복해야 한다.

자신이 앉은 자리의 무게를 깨닫고 그에 걸맞은 임무를 수행할 때 비로소 사회를 뒤덮은 정신적·사회적 공해는 걷힐 것이다.

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내면의 도덕적 나침반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렇다. 커피는 죄가 없다. 죄 없는 커피를 쓰레기의 정신으로 만지지 말라.

향기로운 커피조차 탐욕과 계산의 도구가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사람을 위로하는 음료가 아니라 소비사회의 또 다른 폐기물이 된다. 커피는 죄가 없다. 다만 순수해야 할 커피의 의미를 정치적·상업적 욕망으로 혼탁하게 만드는 인간의 태도가 문제일 뿐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평론가)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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