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김정현 기자 =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17일 정부 합동 세월호현장수습본부가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하고도 닷새간 은폐한 사건에 대해 정부의 공식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또한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수정안(사회적 참사법)’ 입법을 촉구했다.
4.16세월호참사진상규명및안전사회건설을위한피해자가족협의회(4.16가족협의회),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세월호참사 희생자 유해 은폐 규탄 및 사회적 참사 특별법안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유해발견 사실을 은폐한 이 사태의 중대성을 깊이 인식하고, 미수습자 가족을 비롯한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공식 사죄, 사건 전말에 대한 철저한 규명, 은폐 관련자 엄중 문책, 재발장비대채과 미수습자 지원대책을 수립”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해수부 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 김현태는 담당 공무원에게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세월호 선체조사위 조사관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며 “21일까지 해수부 장관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현태 부본부장은 과거 박근혜 정부시절 해수부 인양추진단 부단장으로서 세월호 인양 지연, 미수습자 유실방지망 부실 조치, 선체 훼손 행위 등에 책임이 있는 인물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과거 정권 시절의 조사방해 진실은폐 인양지연 등에 관련된 인사들을 전원 조사하고 정부 내 직책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가족협의회 등은 “김 부본부장 등 인양지연과 선체훼손 등에 책임이 있는 이들이 여전히 현직에서 활동하면서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며 “이 사태를 결코 좌시할 수 없으며 모든 행정적 법적 수단을 동원해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원고 희생자 정동수군의 아빠이자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인 정성욱씨는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고 수습 과정에 여태까지 해수부는 뼈 한 조각이 나와도 가족에게 다 공유했는데 이번엔 왜 공유 안 했느냐”며 “미수습자 가족들은 뼈 한 조각을 찾겠다고 3년 4개월을 버티며 해수부를 믿고 끝까지 기다렸는데 해수부는 유족들 가슴에 다시 한번 비수를 꽂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4·16가족협의회, 4·16연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4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는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안’에 대한 세월호-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들의 입장도 밝혔다.
이들은 "사회적 참사법을 신속하게 본회의에 통과시켜 '제2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오히려 특조위 활동기간을 축소하거나 특검 가동 폐지 조항을 요구하는 등 방해를 일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안’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세월호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 사회적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3당이 함께 지난해 12월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됨으로써 표결만 남았다. 그러나 국회가 이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고 처리기한 마지막까지 지체시켜, 그동안 여야가 바뀌어 수정이 필요한 상황에 처하는 등 법안 본래취지를 살리려면 수정대안의 처리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들은 법안 수정안과 관련해 “충분한 조사 기간과 조사인원 보장, 신속처리 안건 제정 당시의 취지대로 여야 추천위원 비율 수정, 특검은 사회적참사특별법 원안에 명시된 대로 발의 후 60일 안에 국회에서의 의결, 조사방해에 대한 조사관들의 사법경찰권 보장, 특별조사위원회의 지연 방지를 위해 총 위원 9명중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 3명을 제외한 6명만으로도 위원회의 활동이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의당 지도부는 특별검사에 관해서는 상설특검법의 절차를 따르자고 주장하고 있다”며 “국회 법사위 의결이 없으면, 한마디로 자유한국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20대 국회 끝날 때까지 특검이 임명될 수 없는데, 그래서 19대 국회에서도 1기 특조위가 요구한 특검안이 휴지조각이 되었던 사례가 있는데 그걸 또 하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국민의 당 지도부는 24일 특별법 처리를 앞두고 자유한국당도 고려해야 한다느니, 원내교섭단체 간에 협력해야한다느니 하는, 우리 가족들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을 고려할 것인가? 아니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지난 수년 간 겪어온 온갖 고통과 모욕, 수모를 고려할 것인가”라고 국민의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내일이면 사회적 참사법 안건이 신속처리 안건으로 본회의에 상정된다"며 "다시 전국민적인 힘과 마음을 모아 안건 통과는 물론 제2 특조위 출발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이날 아침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사회적참사 진상규면 특별법 통과를 위한 농성에 돌입했으며 24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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