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김정현 기자 = 5.18 관계자와 학계 등에서 ‘광주시립공원묘지 제3묘역’ 소위 ‘망월동 묘지’의 분산 이장계획을 은밀히 진행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문건이 공개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5.18유족을 매수하고 분열하도록 획책한 공작, 일명 ‘비둘기 시행계획’ 문건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1981년경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광주 사태 관련자 현황’문건과 1983년경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광주 사태 관련 현황’도 함께 공개했다.
유족에 대한 공작으로 대책은 ▲공원 묘지의 분산 ▲강온 양면 대상으로 신축성 있는 대처 ▲극렬 대상자의 유족도 지속적인 순화(취업, 생계지원, 학비면제 등)로, 실제 이후 문건에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제시된다.
‘광주 사태 관련자 현황’ 문건 중 “대책”란에 “공원 묘지의 지방 분산”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또 1983년경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광주 사태 관련 현황’ 문건에는, “공원 묘지 이전 계획”이라는 제목 아래 “추진 경위 ▲82. 3. 5. 전남도지사 각하 면담시 공원 묘지 이전 검토 지시, ▲82. 7. 30. 세부 계획 작성(내무 장관에게 보고), ▲82. 8. 25. 청와대 정무 제2수석에게 보고(505부대장), ▲82. 9. 15. 내무 장관과 도지사, 각하께 보고”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와 결과에 대한 보고 등 철저한 사전 기획이 있었다는 사실이 문건으로서 드러난 것이다.
1983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비둘기 시행계획’은 묘지 이장의 1차 계획을 꼼꼼히 작성한 문건으로, “유족 묘(사망자묘의 오기로 보임)” 현황을 연고별로 분석, 타 시․군 연고 묘에 대해 해당 시장, 군수 책임 하에 직접 순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시행방침을 세우고, 이전에 따른 제반 편의(이전비·위로금 지원)는 전남 지역 개발 협의회에서 제공하도록 했다.
특히 단계별 추진방법에서 505보안부대가 1차 대상 연고자 11인의 정밀 배경을 조사하고 신원 환경을 분석하며, 전남도가 순화책임자를 소집하여 교육한다고 하고 있다. 시행관계자 구성표를 보면, 전남도청 5인, 광주시청 6인, 505보안부대 5인, 협의회 5인으로 되어 있고, 보안관계상 최소인원이 참여한다는 기재가 있어, 정보기관과 지자체, 관변 단체가 긴밀히 협력했던 정황이 드러난다.
전남지역 개발협의회는 물론, 전남도청, 광주시청 및 타 시군청, 505보안부대, 검찰, 안기부, 경찰 등 국가기관이 총 망라돼 있어, 망월동5.18묘역 성역화를 막는 작업에 군·정부·지자체는 물론 민간까지 총동원된 내용이 문건에 드러나 있다.
그 외에도 5․18 유가족 및 피해자를 회유, 포섭하고 순화하려던 공작도 진행됐다.
'광주 사태 관련자 현황' 문건에서는‘유족 성분 분석’하여, 직업별, 생활수준별, 저항활동별 특성을 세세히 분류해 놨다.
특히 ‘극열 대상자 분류 기준’을 적시해 A등급은 대정부 강경 비판자, 여타 유족 선동 조종 행위자, 폭도판정 유족으로 보상금 지원 요구 자, 강경 유족으로 임원에 선출된 자로 규정하고, B급은 보상금 미수령자로 대정부 불만 포지자, 유족회 임원 중 온건자, 문제 집회 참석 빈번자로 규정, C급은 타의로 문제집회 참석 빈번 자, 피동적인 자로, 유족을 매우 세밀하게 분류하여 관리하였음을 알 수 있다.
광주민주화 항쟁이 1년 남짓 된 1981년, 가족들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이미 유족 분열 획책이 진행된 것이다.
‘광주 사태 관련 현황’ 문건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유족과 피해자를 포섭, 관리하는 것이 드러났다.
사망자 관련은 505 보안부대가 관리, 부상자는 안기부 전담, 구속자 처리는 경찰 전담으로 나눠 치밀하게 관리했으며, 유족의 성향을 세밀히 분석하는 한편 ‘집중 순화 대상 : 극열 38명’을 선정하여 관리한 내용도 기재되어 있다.
대상자 지원 내역 중 백미와 연탄 지원 내역까지 꼼꼼히 지원 내역을 관리했다.
한인섭 교수, 박은정 권익위원장이 1995년 공동저술한 ‘5․18 법적 책임과 역사적 책임’(이화여자대학교 출판사)에서는 “1983년 들어 망월동 공동묘지의 성역화를 우려한 당국은 묘지의 분산 이장계획을 은밀히 진행”했다며 “묘를 이장하면 1천만원의 위로금과 50만원의 이장비를 받는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기도 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비둘기 시행계획’에 따르면, 액수까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1984년 5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광주 방문 이전에, 망월동 묘역이 성지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전두환 군부의 의도라는 의혹이 있었다.
박주민 의원은 “대통령이 나서서 돈을 주고 고인의 묘소를 이장하도록 하고, 연탄 한 장 지원한 것까지 꼼꼼히 기록하면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작을 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며 “이번 문건을 통해 전두환 군사독재 정부의 민낯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박 의원은 이번 문건을 출처에 대해 “국방부에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redkims6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