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자유한국당이 20일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공개에 대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시국선언을 덮기 위한 일이 아니냐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공개가 '조국 장관 물타기'라니, 제 정신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 현안 브리핑을 통해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어제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경찰이 공개한 것에 대해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 의혹을 덮기 위한 발표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며 "자유한국당의 금도를 넘어선 정치공세에 말문이 막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10명의 무고한 여성들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끔찍하고 참혹한 방법으로 연쇄 살해돼 국민을 공분에 떨게 했으나 살인마는 잡히지 않았다"며 "유가족은 지금도 천추의 한을 안고 가시지 않는 아픈 기억 속에 살고 있다.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 경찰이 트라우마와 유가족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은 이어 "아직도 관련 수사 경찰들이 분노로 치를 떨고 있을 정도로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는 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은 온 국민의 염원이기도 하다"며 "이런 사건의 유력 용의자 공개를 두고 '조국 물타기'라 덮어씌우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라고 질타했다.
이 대변인은 그러면서 "28년에 걸쳐 관련 증거를 남김없이 보존하고, 미제사건 전담반을 만들어 언젠가는 범죄자를 법의 심판대에 올리겠다는 일념으로 희대의 살인마를 추적해온 경찰에 칭찬과 격려는 못할망정 경찰의 명예를 밟아 짓이기는 듯 한 방자하고 몰지각한 발언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영면에 들지 못하고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을 피해자들의 원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놈의 얼굴이라도 봐야 한이 풀리겠다'는 가족들의 피맺힌 절규를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이 의원의 발언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 의원의 비인간적이고 반인륜적인 몰지각한 발언이야말로 오히려 공작적 발상일 뿐만 아니라 유가족과 경찰관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와도 같다"며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공감능력이라곤 전혀 없는 자신의 망발에 대해 당장 유가족과 경찰 그리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이채익 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찰은 전국 대학교수 3396명이 조국 사퇴 촉구 시국선언을 한 당일(19일)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를 공개한 것이 우연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밝혔다.
이 의원은 "대학교수 시국선언보다 한 시간 앞선 시각 경기남부경찰청이 화성 유력 용의자 신원을 파악했다는 언론 브리핑을 했다"며 “(그러나) 용의자를 확인해달라는 기자 질문에 '수사 초기 단계라 불가하다', '1차 조사 중 유력 용의자가 부인했다'라고 답했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언제부터 경찰이 수사 유력 용의자를 당당하게 발표 못 하는데 대대적인 언론 브리핑을 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전국 교수들의 조국 사퇴 촉구 시국선언에 대한 국민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이어 "경찰청에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DNA를 언제 확인했는지 요청했으나 '다른 사건 결과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며 거부했다"며 "왜 (경찰이) 아직 종합결과도 나오지 않은 수사상황을 언론에 허둥지둥 공개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 직후 취재진에게 "조국 이슈를 덮기 위한 물타기용으로 급조된 정책이나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도 이와 전혀 무관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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