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5일 "행여라도 바른미래당을 자유한국당에 갖다 바치려는 분들이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라"며 "자유한국당에 가려거든 혼자 가라"고 작심발언을 했다.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반대파 의원들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제가 당 내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왔지만, 당 내 상황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대표는 전날 주대환 전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당내 '검은 세력'을 유승민 의원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 "지난 7월 7일 이혜훈 의원이 주선해 유승민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유 의원이 주대환 전 위원장에게 '손학규 퇴진을 혁신위의 최우선 과제로 해달라'고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유승민 의원은 손학규 퇴진을 언급한 사실이 없다면서 완전히 부인했다"며 "그러자 주대환 전 위원장이 어제 직접 나서서 유승민 의원이 지도부 교체 외에 다른 혁신안들은 모두 사소하고, 가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거듭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그러면서 "이밖에도 이혜훈 의원이 조용술 혁신위원을 정보위원장 방으로 불러서 손학규 퇴진을 말해달라고 몇 번이나 말하면서 한국당과 통합을 하려면 우리를 잘 포장해서 몸값을 올려야 한다고 말한 사실도 밝혀졌다"며 "이혜훈 의원은 조용술 혁신위원의 주장을 인정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유승민, 이혜훈 두 의원의 말을 종합해보면 바른정당계가 손학규의 퇴진을 이토록 요구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면서 "저 손학규를 퇴진시킨 후, 개혁보수로 잘 포장해서 자유한국당과 통합할 때 몸값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런 의도를 굳이 숨기지도 않겠다고 할 정도로 노골적"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손 대표는 "최근 넉 달여 간 저는 제 정치인생을 송두리째 짓밟는 경험을 했다. 당대표의 권위는 부정당했고, 찢기고, 발가벗겨졌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모욕과 조롱까지 당해야 했다"며 "제가 이 수모를 당하면서 버티는 이유, 오직 하나이다. 다당제의 초석인 이 당, 바른미래당을 지키겠다는 마음 그것 하나"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이어 "이 당을 자유한국당에 갖다 바치는 것만은 제 온몸을 받쳐서라도 막겠다는 그러한 마음 뿐"이라면서 "제 의지는 확고하다.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과도, 더불어민주당과도, 민주평화당과도 통합하지 않을 것이고,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 연대하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다. 제가 질질 끌려 다니고,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일은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비당권파의 '손학규 퇴진론'을 일축하는 동시에 당 내홍 사태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손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바른정당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손 대표는 '강한 어조로 유승민 의원 등을 비판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게 그냥 가만히 있을 일이냐. 당을 만들고 당 대표도 지낸 사람들이다. 혁신위원에게 '손학규 퇴진' 외엔 혁신위 역할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게 혁신위를 생각하는 지도자의 자세냐"고 되물었다.
오신환 원내대표 등 바른정당계 인사들이 이날부터 혁신위의 1호 안건인 '지도부 공개검증' 절차에 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그것에 대해선 묻지도 말라. 공개검증에 응하라는 요구에 대답할 가치를 못 느끼고 있다"며 "혁신위원장도 없는 상황에서 혁신위가 무엇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못 미치면 자진사퇴하겠다고 한 과거 발언에 대해서는 "오늘 다 이야기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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