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국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2건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 결과 재적위원 18명 중 자유한국당 의원을 제외한 여야 4당 의원 11명의 찬성으로 패스트트랙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개특위는 애초 29일 밤 10시쯤 국회 본관 2층 사개특위 회의장에서 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장소를 변경해 공수처 법안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을 처리했다.
특히 공수처법안의 경우 애초 여야 4당이 합의하고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두 건이 동시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오전 바른미래당이 별도의 공수처법 발의 방침을 밝힐 때만 해도 여야 4당 내부 이견이 부각되면서 패스트트랙 지정이 더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오후 더불어민주당이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쳐 바른미래당 요구 사항을 수용, 2개 법안을 동시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키로 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앞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오전 9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별도 공수처 법안을 발의한다"며 "이 안을 민주당 측에 최종 제안하고,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열어 패스트트랙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측 법안 수용을 '패스트트랙 연대' 지속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제안을 받지 않으면 더 이상 패스트트랙을 진행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김 원내대표의 제안은 권은희·오신환 의원에 대한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을 기폭제로 폭발한 당내 갈등 상황에서 나온 궁여지책 성격이 짙었다. 지난 25일 사개특위 위원에서 강제 사임된 권 의원이 곧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부패수사처) 설치 법안이라는 명칭으로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민주평화당 지도부는 "바른미래당의 별도 법안 발의는 여야 4당 합의를 깨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일부 사개특위 위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여야 4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왔다.
그러자 이날 오후 민주당이 최고위원회의와 의총을 거쳐 바른미래당 제안을 수용키로 하면서 급변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오후 5시쯤 "오늘 중으로 패스트트랙과 관련된 모든 법안 처리를 마무리하려 한다"고 밝혔다. 평화당도 오후 9시쯤 의총을 열고 "가장 중요한 선거제 개혁을 위해 패스트트랙에 참여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오후 10시에 국회 사개특위와 정개특위가 소집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회의가 열리기로 한 본관 220호 특위 회의실과 445호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 앉아 '인간 바리케이드'로 회의장을 봉쇄했다. 행안위 앞 한국당 농성장에는 '문재인 독재자'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 등의 글귀가 적힌 검은색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한국당의 거센 저항에 여야 4당은 회의실을 바꿔 회의를 강행했다. 여야 4당은 10시 30분쯤 기습적으로 회의 장소를 본관 506호 문화체육관광위 회의실로 옮겨 10시 52분에 개의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뒤늦게 회의장으로 달려가 "이런 날치기가 어딨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좌파독재 독재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세게 저항하자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과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여야 4당은 한국당 방해 속에서도 자정 무렵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선거제 개혁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안건 가결을 선포한 이상민 위원장은 "앞으로 신속 처리 기간 내에 치열한 논의를 거쳐 아주 바람직한 법률을 탄생시킬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사개특위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이상민 위원장은 투표 표결을 위한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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