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목포 문화재 거리에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의원이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국회 상임위 간사직에서도 물러나기로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5일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닷새 만에 내린 결정이다.
손 의원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주변 일대 건물과 토지 매입을 놓고 부동산 투기 의혹을 처음 제기한 SBS를 비롯한 언론사들에 대해 자신의 명예를 걸고 고소, 고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당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손 의원은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며칠에 걸친 간곡한 만류가 있었지만 더 이상 온 국민을 의미 없는 소모전으로 몰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탈당 의사를 굳힌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당에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고 제 관련 문제니까, 제 결백 관련 문제이고 제 인생에 관련된 문제니까 제가 해결하겠다"며 "제 분신같은 민주당 당적을 내려놓겠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당초 손 의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을 때 탈당 의사를 피력했으나 당 지도부에서 만류했다고 한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홍 원내대표는 "당적을 내려놓겠다는 문제에 대해 만류를 많이 했으나 손 의원이 더 이상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고 했고, 당적을 내려놓고 최근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밝혀왔다"고 했다.
손 의원은 "저는 제 임기동안 여의도 어법보다는 40년간 익혀온 대중, 공공의 이익을 위한 부분에 치중하며 일을 해왔다"며 "제가 잘 알고 있는 분야인, 전통문화를 담당하는 상임위를 위해 제가 꿈꾸던 세상을 위해 일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문화가 사라져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좋은 경관이 있는 곳, 좋은 역사가 살아있는 곳이 더 이상 사라지기 전에 제가 발견한 곳이 바로 목포였다"며 "(목포) 건물 근처에서 가슴이 떨렸다. 이런 집들이 아직도 다닥다닥 붙은 채로 헐리지 않고 남아 있는 게 너무나 설렜고 그때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목포 부동산 매입 경위를 설명했다.
손 의원은 또 자신에 관한 투기 의혹을 처음 보도한 SBS를 비롯한 언론사들을 고소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저 스스로 지난 며칠 간 왜곡뉴스, 가짜뉴스에 대응하면서 싸웠다"며 "SBS 뿐만 아니라 허위사실 유포로 지금까지 기사 200여건을 캡쳐해서 다음 주초 바로 고소할 것"이라고 했다.
손 의원은 특정 방송사에 대한 불만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SBS가 저 한사람을 죽이려고 하고 있다. 저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과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걸어서 개인 명예를 위해 고발(고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실은 반드시 이긴다"며 "제게 쏟아진 부동산투기, 차명재산, 부당한 압력 행사 의혹 관련한 왜곡기사를 검찰에 모두 수사의뢰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손 의원은 "문체위원회도 공정한 수사를 위해 떠나겠다"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에서도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손 의원은 민주당 탈당과 상임위원 사임에 따라 문광위 여당 간사직도 맡을 수 없게 된다.
손 의원은 차기 총선에 불출마한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지금 당장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는 야권의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부했다.
그는 "이 발표 뒤에 야당의 많은 분들, 특히 나경원 원내대표가 의원직 사퇴하라고 얘기할 것"이라면서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결과가 (일치하는 게) 한 가지라도 나오면 제가 알아서 하겠다"고 일축했다.
손 의원은 "제게 쏟아진 부동산 투기, 차명재산, 부당한 압력행사 의혹 관련 언론사 왜곡보도를 검찰에 모두 수사 의뢰하고 엄정한 판단을 받겠다"며 "그 기사들에서 언급한 것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 제 인생을 걸고 모든 것을 깨끗하게 해결하고 제자리로 돌아오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20일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탈당하겠다고 밝힌 기자회견에 대해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는 '맹탕 기자회견'이라며 의원직을 내려놓고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 김순례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고해성사는 아니어도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진솔한 사과를 할 것이라 기대했으나 고작 '탈당'을 한다고 했다"며 "당장 여론의 뭇매를 피해가고픈 민주당과, 이 사태를 모면하고자 하는 손 의원 간 모종의 거래로밖에 보이질 않는다"고 몰아세웠다.
김 원내대변인은 "도마뱀의 꼬리를 자르면 당장은 도망칠 수 있지만, 도마뱀의 꼬리는 다시 자라게 돼 있다"며 "홍영표 원내대표까지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을 보니 '뒷배'를 단단히 봐주기로 한 모양이지만, 오늘 손 의원의 기자회견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자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손 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추구했다고 했지만 한 손에는 '적폐청산'을 외치고 다른 한 손에는 '적산가옥'이라는 사익을 챙겼다"며 "손 의원은 당장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조건 없이 검찰 수사를 받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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