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6선의 문희상(73·경기 의정부갑) 의원이 20대 국회 후반기 입법부를 이끌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문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총 투표 참석자 116표 가운데 67표를 획득, 47표를 얻은 박병석 의원을 제쳤다. 나머지 2표는 무효로 분류됐다.
이번 경선은 5선의 원혜영 의원까지 가세하는 3파전으로 예상됐지만, 원 의원이 마지막에 선거 불참 의사를 밝히며 두 의원 간 경쟁으로 치러졌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이자, 노무현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 의원은 여야를 넘나드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계파색이 뚜렷하진 않지만 범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될 수 있다.
2016년 6월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뽑는 당내 경선에서 정세균 의장에게 패한(121표 중 35표를 득표) 문 의원은 경선을 일찌감치 준비해 우세가 점쳐졌지만, 막판 박 의원의 추격도 만만치 않아 역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데 이어 국회의장 후보에도 문 의원이 선출되며 민주당 내 주류인 친노(친노무현)·친문 계열은 한층 국회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됐다.
문 의원은 당선 직후 "국회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며 "여야가 지금처럼 서로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고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역지사지는커녕 죽기 살기로 싸우기만 하면 공멸이 기다린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또 "국회는 역동적이고 기운차야 하고, 여야가 건강한 파트너로서 협력하고 견제해야 한다"면서 "국민은 격조 있는 국회를 원한다. 신뢰가 살아있는 국회, 국민의 존경을 받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일단 정세균 의장 임기가 29일 종료되는 만큼, 국회법에 따라 5일 전인 24일에는 본회의를 열어 후반기 의장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문 의원은 1987년 평민당 창당발기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992년 14대 국회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해 15대를 건너뛴 뒤 16대부터 내리 5선을 한 민주당 내 대표 중진(6선)이다. 그는 영원한 DJ맨이다. 정치를 DJ에게 배웠고, 배운대로 정치를 하고 있다.
의회주의자로 알려진 문 의원은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았다. 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당 내 입지를 구축, 2005년 4.2전당대회에서 집권여당 의장으로 선출됐었다. 문 의원이 문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것도, 참여정부에서 함께 일하면서 국정 철학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문 의원이 친문 좌장으로 분류되는 이유기도 하다.
해방동이(1945년생)인 문 의원은 경기도 의정부 출신으로 경복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행정고시에 합격했지만 학생운동 경력이 문제가 돼 임용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1987년 민주연합청년동지휘(연청) 초대회장에 취임하면서 정치 무대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데 이어 2002년 대선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대선기획단장을 맡아 당선에 기여했다.
DJ를 비롯해 동교동계 사람들은 문 의원을 "겉은 장비(張飛), 속은 조조(曹操)"라고 평한다. 후덕한 외모이면서도, 정국현안에 대한 분석력과 통찰력이 뛰어난 덕분이다.
국회 안팎에선 문 의원이 여야 의원들과 소통이 탁월해 갈등을 조율하는 해결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여야간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는 지금 국회의 꼬인 상황을 잘 풀어갈 적임자란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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